세계와의 연결고리, 아랍에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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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수출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는 신남방정책의 주요 지역으로 평가된다. UAE가 인근 중동 국가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로 나아가는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글_권용석 코트라 중동지역본부장·두바이무역관장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량한 모래사막 위에 세계 최고의 부르즈 할리파 빌딩을 우뚝 서게 한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인접 국가와의 연결성(Connectivity)을 국가 발전에 최대한 활용한 점에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4시간 비행이면 UAE에 닿을 수 있다. 나머지 3분의 2는 약 8시간 비행으로 도착하는 지리적 요충지에 위치한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불리고 있는 두바이 국제공항, 세계 9위 규모의 컨테이너항인 제벨알리항 등은 UAE 경제를 이끄는 물류 산업으로 중추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 주제인 ‘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가 보여주듯이 UAE는 연결성을 고리로 한 이점을 미래를 향한 여정에서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UAE의 전략적 입지조건은 UAE가 전 세계 무역, 금융, 교통,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하게 하였으며 나아가 UAE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근 중동 국가는 물론 아프리카와 유럽 시장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써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풍부한 석유자원은 UAE 경제 발전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UAE는 978억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 신규 유전의 발견이 없어도 80년 이상 천연자원 생산국이라는 명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하루 300만 배럴가량의 원유가 생산되는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른다면 수치상으로 하루에 300만 달러의 오일머니를 벌어들이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 기업이 UAE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일머니가 UAE 경제에 어떤 동력으로 작용하는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일머니는 도로, 항만 등 사회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재원으로 활용된다. 오일머니는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성장 동력 구축을 위한 제조업 육성 등 산업 다각화 재정 재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재정 재원으로 활용되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내수 소비 시장을 북돋게 한다. 나아가 중동 최대의 UAE 국부펀드의 해외부동산 구매나 제3국 개발 사업에 투자되는 자금으로 사용되게 된다.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경쟁국들이 UAE 시장에서 프로젝트 수주나 수출,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가 유가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 석유화 및 산업 다각화로 경쟁력 상승 
UAE의 성장잠재력은 산업 다각화와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로 시작된 탈 석유화 정책은 UAE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비교 우위가 있는 물류, 관광, 중계 무역 분야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성장을 담보할 보건의료, 정보통신, 신재생 에너지, 항공·우주산업 등 신성장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UAE 제조업 또한 전통적인 석유화학, 알루미늄 및 철강과 같은 에너지 집약산업에서 자동차, 기계, 식품 가공 등 수입대체 산업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아부다비 석유공사(ADNOC)는 올해 5월 루와이스(Ruwais) 지역에 세계 최대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 한 바 있다. UAE가 원유 수출국의 지위보다는 정유시설 투자 확대를 통해 고부가가치인 원유 가공품 수출국으로의 변모를 위한 실행계획이어서 석유화학의 수직적 다변화(Downstream)도 조만간 구체화할 전망이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은 UAE를 공식 방문해 원자력에너지 분야 등 실질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보건·의료, 환경, ICT 등 신수요 산업 집중 필요 
UAE의 산업 다각화 영역이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협력 기회와 먹거리가 지속해서 창출되는 기회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시장 환경의 변화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위협요인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국제유가가 소폭이나마 지속 상승하고 있지만, 한때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던 2014년과 비교해보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의 목소리다. 한편, 2015년 이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경기 위축이 UAE 산업화 방향을 수입 대체 제조업 육성으로 향하게 하였고, 투자 영역에서도 국부유출을 최소화하거나 투자 위험을 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경향 속에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2017년 6월부터 카타르 사태 장기화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내에서의 정치가 불안해진 것도 우리 기업이 넘어야 할 장벽이다.  
시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기회와 위협이 상존하지만, 위기 속 기회를 최대한 살리면 진출 유망한 분야가 있다. 우선, 보건·의료, 환경, ICT, 교육, 신에너지 등 신수요 산업 분야이다. 이들 분야는 전반적으로 지속 성장 가능한 국가 개발을 위해 경기와 무관하게 필수적으로 투자되어야 하는 ‘머스트바이(Must-buy)’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보안 분야는 공공조달 시장의 하나로 역내 정치적 불안이 더해지면서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UAE는 수입 대체를 위한 자국 내 방산 산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수입 선도 그간의 미국, 영국, 프랑스 위주에서 다변화하고 있어 무기류는 물론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방산·보안 장비 진출이 유망하다.  
다음으로는 소비재시장이다. UAE 소비시장은 관광과 물류 산업의 발달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유통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소매 시장 성장률도 매년 5% 이상으로 세계 최고이다. 최근 한류가 확산되면서 할랄(Halal) 상품을 포함한 프리미엄 소비재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장품 등 뷰티 관련 제품, 유아 제품, 패션 제품과 가공식품류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매력적인 건설·프로젝트 시장이다. 그간 저유가의 영향으로 다소 탄력을 잃은 바 있으나 국제 유가의 상승 기조에 힘입어 정부와 민간 주도의 인프라 개발과 도시개발, 관광산업 성장 정책에 따른 상업지구 개발, 인구 증가로 인한 주거 단지 프로젝트 등이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IT와 융합된 스마트 건설 분야는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비롯하여 에너지 저장 장치, 전력기기, 태양광 발전, 무인 자율 주행 자동차, 교육(Edu-Tech), 스마트 공장 등 분야를 공략해 나가야 한다.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 발주가 감소되고 있는 UAE 프로젝트 시장에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오일·가스 분야는 기존 시설의 유지·보수나 확장 등 중소형 프로젝트 공략이 필요하다. 민생과 연관된 보건·의료, 교육, 환경, 신재생 에너지 발전분야 등은 지속적으로 신규 프로젝트가 발주되고 있기에 본 프로젝트에 앞서 진행되는 테스트 베드형 프로젝트(Pilot Project)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한·UAE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공식환영식을 가진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현지 기업과의 ‘메이크위드(Make-with)’가 중요 
한국 기업이 UAE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날로 강화되고 있는 수입규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제조업 육성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강제 인증 등 비관세 장벽(NTB)도 강화되고 있다. UAE 표준측량청(ESMA)은 2016년부터 식품, 화장품, 타이어, 소형가전, 조명기기 등에 대한 신규 강제인증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1월부터 전기 전자제품에 납, 카드뮴 등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RoHS)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향후 유럽 등 선진 환경 규제 개념이 확산되면 공산품의 경우 재료, 생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할랄 소비재 또한 UAE 자체 할랄 인증 제도의 확산으로 기회만 있는 시장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진출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단순 수출을 넘어 중동 기업의 협력 수요에 기반을 둔 상생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올해 들어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는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서 로컬 컨텐츠를 강화하는 ICV(In-Country Value) 제도를 도입 한 바 있다. 입찰 참여기업들이 기술과 가격에 크게 변별력이 없다면 UAE 자국민(UAE 거주 외국인 포함)이나 자국산 기자재를 사용했는지 여부로 수주기업을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저유가로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으로 자국 내 제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로컬 콘텐츠(Local Contents) 강화는 우리 기업에 있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아야 한다.  
UAE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플랜트 기자재 분야에서도 이른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 발주처 벤더 등록을 통한 수출 단계를 넘어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UAE뿐만 아니라 인근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이러한 현지화 노력은 수입 대체 제조업 육성과 더불어 생활용품(식품 가공, 플라스틱·고무, 포장·저장용기), 산업 설비(자동차부품, 전자부품, 건축자재), 환경 에너지(폐기물처리, 수처리, 플랜트 기자재) 분야 등으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협력의 대상 변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UAE 현지 기업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현지 기업은 과거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의존적 관계에서 벗어났으며 풍부한 자본을 소유한 시장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들 기업과 상생과 호혜를 할 수 있는 ‘메이크위드(Make-with)’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관계는 단순한 합작 투자방식을 넘어 우리 기업 입장에서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기업의 기술·인력과 현지 기업의 자본·시장 진출 노하우가 결합되면 현지 수출 역량이 더욱 확대될 것이며 나아가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다음으로 중동 기업의 국내 투자유치에 도움이 된다. 중동 자본의 투자유치로 우리 중소기업의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로 재수출하거나 글로벌 수준에 맞는 제품 개발로 우리가 체결한 FTA를 활용하여 제3국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UAE 시장은 ‘연결성’을 바탕으로 중동·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신남방정책의 전초기지로 평가될 수 있다. 지난 3월 정상 방문으로 한-UAE 관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였고, 양국은 기업 간 협력을 넘어 신재생 에너지 제3국 진출, 사우디 원전 수주, 항만 및 인프라 개발 협력, 농업, 항공·우주 분야 등에서 국가 간 협력의 장을 마련하였다. 향후 양국 간 투자와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UAE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이 체결된다면 양국 기업 간, 국가 간 협력의 기회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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