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상전략, 극동 러시아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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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확대되면서 우리의 통상전략에도시장 다변화움직임이 감지된다. 그 핵심 지역으로 최근 혁신적인 변화로 사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극동 러시아가 주목받는다.

 

_박지원 KOTRA 글로벌전략지원단 전문위원

 



러시아 정부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 

 

한국을 둘러싼 세계 통상환경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특히 세계화를 주도했던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는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초래하면서 향후 통상환경변화가 예상보다 거세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GDP 대비 수출 비중이 약 37.5%에 달하는 소규모 개방형 경제체제를 가진 국가로 보호무역주의의 확대는 한국경제의 성장원동력인 수출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 된다. 또한 한국의 주력산업인 철강, 화학, 자동차 등은 주요국의 수입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주력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시장의 개방도가 낮아지는 것은 양 시장에 의존적인 우리의 통상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정부가 최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신북방정책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사업을 체계화하는 한편,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새로운 협력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과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유라시아 지역이 앞으로 한반도의 새로운 성장공간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신북방정책은 중국과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우리의 경제구조를 장기적으로 개선하여 대외 리스크에 대한 변동성을 해소하고 시장을 다변화하한다는 의미에서 정부의신통상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신통상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여 기회 요인을 포착하고 우리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여건과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추진 방향의 핵심지역이자 전초기지가 되는 곳이 바로 극동 러시아 지역이다. 

 

현지 자원 활용, 틈새시장 공략하는 제조업 

극동 러시아 지역은 현재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러시아 정부 주도로 극동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난 2012 APEC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루스끼 섬 개발이 본격화되었고 블라디보스토크 외곽 순환도로건설 등 각종 인프라 개발사업으로 사업기반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물리적인 변화뿐 아니라 제도적인 측면에서 더욱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정책은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지정과선도개발구역도입으로, 자유항 구역 또는 2018 4월 현재까지 지정된 18개 선도개발구역에 투자기업으로 승인될 경우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일본의 많은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한국기업들의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특이한 것은 제조업 여건이 좋지 않다는 러시아에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극동지역은 높은 임금과 작은 시장규모 등으로 인해 제조업 발전이 쉽지 않은 곳으로 여겨져 왔으나, 근래의 루블화 평가절하 및 극동지역 세제 혜택 등 비즈니스 환경 개선으로 인해 일부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의 경우 진출을 모색할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제조업 부문에서 가장 유망한 협력 방식은 현지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고 생산하여 한국 또는 제3국으로 수출하는 형태의현지자원 활용 협력방식이다. 극동지역은 수산업, 임업 등의 자연자원이 풍부하나 이를 가공하고 상품화하는 기반이 부족하다. 이러한 형태의 협력방안은 극동내 자원의 개발 활용과 제조업 육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어 러시아 정부로서도 가장 환영하는 형태의 전략이다. 사업 추진의 예로 우리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수산물가공 복합단지사업을 들 수 있다. 러시아 인근에서 잡아 들인 명태 등의 수산물을 현지 생산 공장에서 가공하여 일부는 러시아 내수에서 소비하고, 물량 대부분은 한국과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방식의 사업으로 러시아의 풍부한 수산자원과 우리나라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 진출은 국내 수산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형태의 협력 방식의 이점은 원산물 가공에서 흔히 나타나는 원재료 수급 리스크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동지역 내에서 원재료 수급과 가공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환경변화에 따른 원재료 공급불안의 가능성이 작다. 다만, 현지에서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조시설뿐 아니라, 도로, 전력 등의 제반 인프라가 정비되어야 하나, 현재로서는 인프라 개발이 미비한 지역이 많아 개발에 따른 인근 인프라 구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와 같은 형태의 협력 방식은 임업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극동지역은 하바롭스크와 프리모르스키를 중심으로 풍부한 임업 자원을 가공하는 목재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그러나 목재펠릿 생산이 활발한 러시아 서부지역과는 달리 극동지역에는 팰릿 생산을 위한 생산기반 조성이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극동지역에서 풍부한 목재를 활용한 목재펠릿을 생산하고 동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구조 성립이 가능하다. 한국의 목재펠릿 수입은 2009 1 2,000t에서 2016 171t으로 크게 증가해 국내 수요가 생산량보다 월등히 많은 구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일본도 2018년 총 수요가 약 200t 수준에서 2025년에는 900t으로 늘어 영국 다음으로 큰 목재펠릿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동아시아 시장의 수요전망이 밝다. 

우리 기업들이 극동지역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의 제조업 협력전략은틈새시장 공략형이다. 극동지역은 인구가 적고, 넓은 영토에 산재해 있어 단순 소비시장으로의 접근은 녹록지 않다. 반면, 러시아의 동쪽 끝에 있어 서부지역으로부터의 운송에 따르는 물류비가 높게 소요되므로 일종의 시장 분리 효과가 있다. 따라서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제도나 선도개발구역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여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활용하면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의 생산이 가능하다. 이 경우 현지자원 활용 협력 방식과는 달리 원재료는 한국 등에서 수급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하여 극동 현지에서 단순 가공 및 포장 형태의 과정을 거친 뒤 현지시장에 공급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방식이다. 이 형태의 전략이 유효한 이유는 극동지역의 생산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의외로 틈새시장으로 공략할 수 있는 소비재 제품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에서는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국의 중소기업이 러시아 기업과 합작으로 선도개발구역에 친환경 제품 생산설비를 갖추고 원재료를 수입하여 현지에서 가공 후 판매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형태를 도입한 바 있다. 이런 방식의 전략은 특별히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러시아 정부의 제도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관광업 분야에서 유망한 캄차카반도최근 내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관광업·농업·인프라 개발 사업 유망 

제조업 이외에 극동지역에서 협력이 유망한 분야도 다양하다. 관광업은 극동지역에서 러시아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사업 중의 하나로, 극동지역은 루스키섬을 포함한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사할린섬, 캄차카반도 등을 중심으로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특징을 이루는 곳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관광자원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 극동지역은 서방의 경제제재와 루블화 평가절하에 따라 내국인 관광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하는 호텔, 식당 등의 관광여건이 부족한 편이며 관광 프로그램 역시 미약하다. 루스키섬뿐만 아니라, 사할린이나 캄차카의 경우도 각각 스포츠·휴양시설 및 생태관광을 목적으로 한 러시아 정부와의 관광프로그램 개발 등의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극동지역의 농업자원개발은 우리 기업에 여전히 매력적인 분야이다. 우리 정부는 그간 극동지역에 농산물 생산기지를 구축하여 안정적인 식량 공급기반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미 극동지역에는 여러 기업이 진출하여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 및 가공하고 있다. 그간의 극동지역 영농기업들의 성과와 실패를 기반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 시에 유의할 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산된 제품의 매출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Non-GMO 제품만을 생산할 수 있는 시장의 특성을 활용한 판매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시장이 제한된 극동지역이 아니라 수출을 포함한 다양한 판매경로 확보가 중요하다. 둘째, 단순 농작물 생산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이를 가공한 제품 생산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하다. 단순 농작물 생산만으로는 수익성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농작물 생산을 위해서는 전문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광활한 농지에 농작물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사업은 전문 인력과 기술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만 한다. 정부 정책을 적절히 활용하되 작물선정과 가공, 매출처 확보에 이르는 효율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극동지역에서는 지역 특성상 인프라 개발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 측이 중국과 진행하고 있는 프리모리예 1·2 사업 등 극동지역에서는 교통·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며 인근 몽골을 포함하는··러 경제회랑이 활성화되면서 극동지역 항만을 통한 물류 및 운송 시스템의 연계와 발전이 기대된다. 

극동지역은 오랫동안 우리 기업의 러시아 진출에서 중요한 교두보가 되어왔던 곳이다. 그 이유는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인접하여 사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쉽고, 향후 북한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또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극동지역에 진출했던 많은 기업은 현지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와 외부환경, 내부 요인들로 인해 실패한 사례들이 많았고 그것이사업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편견을 낳았다. 그러나 외국기업에 손쉽게 주어지는 좋은 비즈니스 환경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의 최근 변화는 과거와는 달리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러시아 진출의 시험대로서 극동의 사업 환경을 면밀히 분석하고 적절한 진출 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 극동지역은 중국의 동북 3성 및 몽골의 대외진출을 위한 루트로써 핵심지역이므로 향후 이들 지역과의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극동지역의 전략적 가치는 더 확대될 것이다. 단순한 생산 기지화전초 기지화를 넘어서 양국 간 협력과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때 극동지역과 러시아는 한국의신통상전략의 파트너로서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코트라는 극동 현지에한국투자기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우리 기업의 진출을 돕고 있다. 기업은 센터를 활용하여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조기에 입수하고 입찰 등 현지 발주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문의 02-3460-7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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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