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이 실현되는 곳, 일본 소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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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소확행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행지가 일본 소도시다. 일본 오이타현의 기쓰키는 일본의 전통과 소박한 정서로 여행객에게 손짓하고 있다.  

글_박탄호 여행작가(<일본 소도시 여행> 저자)



<상실의 시대>,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1986년에 발표한 <랑겔 한스 섬의 오후>라는 수필집에서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을 남겼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는 의미로 등장한 이 단어는 수필 발표 후 30년이 흐른 2018년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바닥을 친 경제지표와 불안정한 고용 상황으로 인해 정규직 취업, 연애와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극히 평범한 행복조차 포기 당한 2030세대는 기약 없는 내일보다는 주어진 현실과 순간순간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이런 삶의 연장선 상에서 그들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에 푹 빠졌다.
2030세대의 소확행 추구는 여행 성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젊은이들의 여행 트렌드가 언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과 고추장, 된장으로 꽉 찬 커다란 배낭 하나 짊어지고 최대한 많은 지역을 둘러보려는 ‘남들 일상 엿보기’였다면 지금의 2030세대는 한 나라, 한 지역에서 현지인과 함께 어울리고 체험하려는 성향이 짙다. ‘교토에서 한 달 살기’와 같이 장시간 한 지역에서 머물며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몸소 현지 문화를 체험하려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이런 여건이 안 될 경우에는 현지 문화가 녹아든 체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려고 한다. 이에 발맞춰 일본 정부 관광국(JNTO)과 각 지방 단체도 소확행을 추구하는 여행자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내놓는 중이다. JNTO는 소박한 일상 여행을 추구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을 돕고자 ‘일본 소도시 여행’이라는 안내 책자를 무료로 제공, 여행에 필요한 현지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또,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 특색을 살린 다양한 투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우동이 유명한 가가와현은 ‘사누키(가가와현의 옛 지명) 우동 맛보기 투어’를 운영한다. 교통비로 1000엔가량만 지불하면 한나절 혹은 반나절 가와현가 각지의 우동 맛집과 우동 면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우동 학교’까지 돌아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지자체가 지역 주민과 손을 잡고 일본주 양조장 견학, 와지(和紙·일본 전통 종이) 및 전통 공예품 만들기 등 일본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기쓰키 성하마을


소도시 여행의 첫걸음, 오이타현 기쓰키
한국과 인접한 규슈지방 오이타현은 일본 제1의 온천 도시 벳부와 아기자기한 상점이 옹기종기 모인 동화 속 마을 유후인, 물의 고장 히타 등 각양각색의 소도시가 즐비한 고장이다. 이미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지만 오이타현의 또 다른 지역 기쓰키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인구 3만 명의 소도시 기쓰키는 ‘일본에서 가장 일본스러운 마을’, ‘기모노가 잘 어울리는 동네’, ‘사무라이의 고장’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며 최근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오이타행 JR 특급 열차를 타고 두 시간가량 달려 만나는 기쓰키에는 작은 도시에 걸맞은 소박함이 있다. 열차가 멈추는 역사에는 인자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주는 역무원 할아버지와 언제 지어졌는지 가늠하기 힘든 낡은 대합실, 빛바랜 빨간색 우체통과 공중전화기 한 대가 남았다. 한 시간 간격으로 역 앞을 지나는 시내버스에 올라 15분가량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면 옛 무사 가옥과 서정적인 돌담, 일본 역사극에서 등장하는 돌계단이 조화를 이룬 기쓰키 성하마을이 등장한다. ‘사무라이의 마을’이라는 칭호답게 마을에는 고풍스러운 풍취가 흐른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기쓰키성, 옛 무사들이 타던 말과 가마꾼의 보폭에 맞춰 설계됐다는 돌계단 간조바노사카, 옛 사람들의 생활상이 남은 오하라 저택과 노미 저택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기쓰키에만 있다는 ‘샌드위치형 지형’은 놓쳐서는 안 될 특별함이다. 스야노사카(식초 상인의 언덕)가 남은 북쪽 무사마을과 시오야노사카(소금 상인의 언덕)가 있는 남쪽 마을이 서로 대칭을 이루는 모습을 샌드위치형 지형이라 부르는데 이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일본 사극이나 드라마 등에도 기쓰키의 풍경이 종종 등장했다.

 



기쓰키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기쓰키 기모노 감사제’라는 행사가 열리면 마을 내 기모노 대여소에서 기모노를 빌려 입고 마을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행사 기간 중 기모노를 입은 여행객에 한해 명소 입장권 및 마을 내 상점, 식당 등의 할인이 제공되므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형형색색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으로 마을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물론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도 기모노를 빌려 입을 수 있지만 일본인이 꼽은 ‘기모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마을’에서 기모노를 걸친 채 옛 사람들의 발자취가 남은 돌계단을 밟다 보면 ‘내가 지금 에도 시대로 시간 여행을 왔나’하는 착각에 빠지게 될 정도다. 기쓰키를 방문한다면 기모노 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쓰키 간단 정보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JR 닛포혼센(日豊本線) 오이타 행 소닉 열차에 탑승해 기쓰키(杵築)역 하차(약 2시간 소요) → 기쓰키역 앞에서 기쓰키 버스터미널 행 버스 탑승 → 종점 기쓰키 버스터미널에서 하차(약 15분 소요)

기모노를 대여하려면?
기쓰키 마을 홈페이지(www.kit-suki.com)에서 신청서를 다운로드한 다음 여행 3일 전까지 kimono@kit-suki.com으로 신청서를 보낸다. 참고로 메일 제목에 ‘Kimono Experience’라고 적어야 한다. 렌탈은 예약 없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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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