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다자간 FTA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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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지속하며 다자무역체제에는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다자간 FTA로 똘똘 뭉치려는 모양새다. 앞으로 국제 통상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이며,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글_강문성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손 잡은 브릭스 지도자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지난 1년 반 동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미·중 양자 간 관세전쟁은 점차 악화되고 있고, 세탁기, 태양전지, 철강, 전자, 자동차 등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가와의 통상마찰도 심화하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최우선 통상 정책으로 설정하고 ‘미국산 구매, 미국인 고용(Buy American, Hire American)’이라는 구호 아래 세이프가드, 232조 등 일방적 무역제재 조치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힘의 정치내세운 양자 협상 선호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무역을 통상시스템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통상 협상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보장하고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양자 간 협상을 선호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의 정치적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역협상의 틀을 선호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국가가 참여해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다자 또는 지역 협상보다는 양자 협상에서 미국의 우월한 힘이 발휘되기 때문에 양자 협상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협상에 익숙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내린 첫 번째 통상 관련 결정은 2017년 1월 23일 환태평양동반자협정(이하 TPP)의 철회를 대통령 각서(Presidential memorandum)의 형태로 발표한 것이었다. 미국을 제외한 11개 TPP 회원국은 우려했던 바가 현실화하자 혼란에 빠져 한동안 향후 추진 방향을 설정하지 못했다. 일본, 베트남 등은 미국이 없는 TPP를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미국이 없더라도 출범시키자는 목소리를 냈다. 결국, 지난 3월 TPP-11 회원국은 칠레 산티아고에 모여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에 합의하고 6개국이 국내 비준 조치를 종료한 60일 이후 발효될 예정이다.1  CPTPP 회원국은 언젠가는 미국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상황이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 경제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TPP의 효용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FTA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결정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이하 NAFTA) 재협상이다. 1994년 1월 발효된 NAFT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3개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동안 NAFTA에 대해 ‘재앙(Catastrophe)’이라고 지칭하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3년 7월부터 진행된 EU와의 범 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 대한 협상도 중단시켰다. 2016년 10월 제15차 협상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며, 다만 최근 협상의 범위와 수준을 대폭 낮춰 ‘미니(Mini) TTIP’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의 우정을 과시한 트럼프 대통령.

 

다자 협상으로 전 세계 FTA 네트워크 확대
미국의 일방적 무역제재 조치 확산에 따라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각국은 다자 FTA를 통해 공동 대응하고, 기존 FTA 협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18년 8월 현재 WTO에 통보된 지역무역협정(RTA)은 총 459건인데, 이에 더해 협상이 종료되었거나 현재 진행 중이라고 통보된 RTA가 39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발효된 RTA가 8건이다. 즉,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환경 속에서 개별 국가는 해외시장을 확보하고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다자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 추세는 거대 블록 간 지역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경우다. 2016년 4월 발효된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남아프리카 관세동맹(SACU, 남아공, 나미비아 등 5개 회원국)의 개도국 권능조항(enabling clause)2, 2017년 4월 발효된 EU와 남아프리카 개발공동체(SADC, 앙골라, 보츠와나, 콩고민주공화국 등 14개 회원국) 간 FTA 등이 그 예다.
두 번째 추세는 기존 FTA에 회원국을 추가해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EU가 콜롬비아, 페루와 맺고 있는 FTA에 에콰도르가 회원국으로 가입한 것이 대표적 예다.
세 번째는 일종의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전략으로, 자국이 FTA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어 주변국과의 양자 FTA를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단적인 예로, 2016년 12월 EU는 가나와의 양자 FTA를 발효했으며, 2017년 2월 유럽의회는 캐나다와의 FTA(CETA: Comprehensive Economic and Trade Agreement)에 대해 동의하였다. 개별 EU 회원국의 의회 비준이 종료되면 이 협정은 완전히 이행될 것이다. 또한, EU는 일본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을 지난 2017년 12월 타결하였으며, 해당 위원회 검토 후 유럽의회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에 추가하여 7개의 아세안(ASEAN) 국가와 개별 협상을 진행3 중이며, 멕시코,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과도 FTA 협상을 개시하여 FTA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EU의 양자 FTA 중 특이한 점은 일본과의 FTA(경제동반자협정, EPA)인데, EPA에는 상품무역, 서비스무역, 투자, 지식재산권 등의 통상 이슈 외에도 2015년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체결된 파리기후협정과 관련된 이행문제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에 대한 무언의 압박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 EU는 환경 선진국인 일본과 함께 기후변화와 관련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려고 노력 중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이하 RCEP)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중·일 3개국, 아세안 10개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은 2013년 5월 브루나이에서 제1차 협상이 개시된 이후 지난 7월까지 총 23차례 협상이 진행되었으나, 경제통합의 수준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RCEP이 발효될 경우 인구 규모에서는 세계 최대(약 34억 명)이며, 경제 규모 측면에서도 EU에 버금가는 경제통합체가 형성되어 세계 통상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빠진 국제 통상구도 재편 전망
이와 같은 전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12년 10월 발효된 파나마와의 FTA 이후 지역무역협정 통보 건수가 14건에서 멈춰있으며, 그 이후 추가로 발효된 지역무역협정은 없는 실정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던 TPP와 TTIP의 거대 FTA 협상이 철폐, 중단되면서 미국은 의도치 않게 FTA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된 상태다.
그럼 앞으로 국제통상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먼저 다자 FTA가 확산할 조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자무역체제는 약화되고 지역주의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자무역체제의 약화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해서 예견되었던 것으로, 다자무역체제에 부정적 시각을 지니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다자 FTA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상대적 관심이 다자무역체제를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WTO가 중국의 불공정무역관행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하는 미국은 반대로 WTO 분쟁 해결절차 중 피소당한 건의 대부분에 패소하면서 다자무역체제의 효율성에 의문을 표시해 왔다. 이러한 미국의 부정적 인식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으로 반영되면서, 2001년 출범한 도하개발아젠다(DDA) 다자무역협상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으며, WTO 체제 역시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소극적인 FTA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지역 및 양자 FTA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통상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해외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국가들의 열망은 FTA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또한 다자 FTA를 통해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하려는 정책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향후 통상마찰은 더 장기화,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이 미국의 중간선거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오히려 미래 기술 산업에 대한 주도권 전쟁의 서막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의 향배가 결정될 수도 있지만, 미국 국내정치를 고려할 때 통상정책 그 자체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지적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유권자에게 더 중대한 문제는 이민과 자녀 격리 문제, 러시아 스캔들과 특검 등이다.
미국 통상정책의 핵심 표적은 중국이 노동 및 자원 집약적 산업구조에서 기술 집약형 스마트산업구조로 개편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이다. 미국이 통상법 232조 조치를 이용하면서 이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1조에 근거한 국가안보 예외조치임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정책을 안보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결코 중간선거용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미래 기술 산업 선점 전쟁이며 ‘신냉전 시대의 도래’라는 측면에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20세기의 냉전 시대에 비해 새로이 도래할 ‘신냉전 시대’는 미국과 중국의 양자적 갈등과 대립이라는 큰 틀 속에 동북아 지역이 지정학적 구도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구한말 시대와 20세기의 냉전체제를 겪으면서 냉전의 희생물이 되었던 우리로서는 복잡한 ‘신냉전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고 동시에 이를 도약의 기회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여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안보 이슈와 미국 및 중국과의 통상 관계 등을 동시에 고민하고 해결하여야 하는,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결국, 다자 FTA 협상 동향의 추이, 미·중 무역 전쟁의 향방, 동북아 생산 분업 체계 등을 자세히 분석하여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대응전략을 단기적, 장기적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각주
1 2018년 8월 현재 멕시코(2018.6.28.), 일본(2018.7.06.), 싱가포르(2018.7.19.) 등 3개국이 국내
비준 절차를 완료하였다.
2 권능조항(Enabling clause)은 1979년 동경 라운드에서 채택된 것으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특혜관세를 부여하거나(2(a)항), 개도국 간 무역협정을 맺고 상호 특혜관세를 부여하는 것(2(c)항)을 허용하는 조항을 의미한다. 2(c)항에 따라 개도국 간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GATT협정 제24조에 규정된 지역무역협정의 충족 요건이 면제된다.
3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2010년,
베트남: 2012.6,
태국: 2013.3, 필리핀, 인도네시아: 2016년, 미얀마: 2015년(투자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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