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에 대응하는 우리 자동차 산업의 자세, 트럼프 시대 자동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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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예술이다. 개발부터 계획, 설계, 시험생산 후 양산까지 5~6년의 시간이 걸리고 차 한 대당 약 3만여 개 부품이 들어가며 최종적으론 이것들이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한다. 최근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등 과학적 가치가 가미됐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사회·경제적 가치까지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글_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빅3 자동차 기업 CEO의 조찬회담.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필즈 전 포드 CEO가 악수하고 있다.

 

2009년 임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Address before a Joint Session of the Congress)에서 당시 미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자국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자동차를 발명한 미국이 그 기업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를 발명한 나라가 미국인지 독일인지를 떠나 당시 발언만 가지고도 자동차 산업이 미국 경제에 갖는 의미와 이에 따른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심 정도를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

미국에 자동차 산업이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역사가 길어 사회적 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상당해 그 경제적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전성기는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포드와 크라이슬러, 제네럴모터스(GM)의 ‘빅3’를 중심으로 하여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주로 힘을 강조하고 범용(All-purpose)에 대형이라는 미국 자동차의 정체성 또한 매우 뚜렷하다. 빅3를 대리하는 미국 자동차 정책 위원회(American Automotive Policy Council, AAPC)가 제시한 미국 경제에 대한 자동차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보면, 생산자 및 공급자가 차지하는 경제적 비율이 전체 GDP의 3%에 이르고 동시에 미국 내 산업군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철강, 고무, 유리 등 미국의 후방산업과 연구개발(R&D)에 기여하는 바도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8년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GM의 회생을 위해 당시 금융 구조조정의 전문가들을 모아 특별대책반(TF)을 구성했던 일화의 배경에는 빅3를 포기할 수 없었던 미국의 차(車)부심, 특히 그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숨어 있다. 오바마의 후임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는 오바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사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지 오래다. 내부적으로는 인건비 및 지대 상승, 연비와 디자인 관련 흐름에 뒤처진 대형화 아집 등이 원인이요, 외부적으론 전통의 유럽 및 일본 자동차의 득세와 신흥 한국 자동차 등의 부상 탓이다. 이 때문에 미 북동부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등 자동차로 흥했던 지역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는 오래전 멈춰서 이젠 러스트벨트(Rust Belt)로 변해버렸고, 그 녹이 세월과 함께 짙게 붉어져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을 지지하며 빨갛게 타오른 레드스테이트(Red State)가 되었다. 

 

 

제네럴모터스(GM)가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 두고 있는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픽업트럭의 조립 라인.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일병 구하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엔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한 레드스테이트의 확실한 지지가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산업은 그 중 핵심 중의 핵심이며, 따라서 그들을 대변하는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mobile Workers, UAW)와 상위 미국노동총연맹·산별노조협의회(American Federation of Labor and 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 AFL-CIO) 등 해당 산업이 사양길에 들며 목구멍이 포도청이 되어버린 그들의 현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챙기고 달래줘야 할 대상임이 틀림없다. TPP 탈퇴부터 한·미 FTA 개정협상, EU와의 무역 갈등과 최근의 NAFTA 개정협상까지 당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도장 깨기에는 위와 같은 그의 입장이 아주 잘 반영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탈퇴해버린 TPP는 협상 당시 자동차 생산의 누적원산지 비율로 미국을 포함한 NAFTA 3국과 일본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있었고, 종국에는 미국이 100% 만족할 수 없는 선에서 합의된 전례가 있었다. 이어진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도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 기간 연장과 미국 안전기준의 국내 인정 폭 확대 등 화두는 역시 자동차였다. 미국과 EU 간 무역분쟁 역시 미국의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2.5%에 불과했던 데에 반해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그 4배인 10% 관세를 부과한 것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최근 타결된 미국과 멕시코 간 NAFTA 개정협상에서도 자동차의 역내 생산비율 제고(62.5%→75%)와 자동차 부품의 40~45%에 대한 최소 시급(16달러 이상) 책정 등이 주요 협상 의제였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수입에 대한 추가 관세를 무기로 EU와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부에 내린 지시로 시작된 수입산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에 대한 1962년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 232조(국가안보조항) 조사는 특히 큰  우려를 자아낸다. 이미 같은 조항을 통해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 위기를 겪었거나 경험하고 있는 우리를 비롯한 다른 주요 대미 자동차 수출국들은 그야말로 노심초사다.

 

 

현대차가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신형 벨로스터를 공개했다.

 

미국 자동차의 가치, 우리도 마찬가지
미국이 자국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보호하고자 가동 중인 모니터링 대상에 혹시 한국이 있다면 희비가 교차한다. 그만큼 우리 자동차 산업이 성장했다는 방증으로, 자동차 산업의 서세동점(西勢東漸)이 가고 동세서점(東勢西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재확인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사례 때문이다. 이미 1970~1980년대 일본산 자동차의 득세로 미국 자동차 산업은 홍역을 제대로 치렀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 두 차례 석유파동 등을 이유로 미국산 자동차보다 연비가 뛰어난 유럽과 일본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하며, 빅3가 붕괴 위기까지 몰렸던 미국은 일본과의 양자 협의로 수출자율규제(Voluntary Export Restraint, VER)와 수입자율확대(Voluntary Import Expansion, VIE)를 끌어냈다. 지금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사가 같은 조직의 차석대사로써 활약하던 바로 그때 그의 작품이다. 그 덕분에 당시 미국 자동차 산업은 그야말로 기사회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는 중간선거 승리에 힘입은 ‘2021년 2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미련이 없지 않아 보이며, 이를 차치하고라도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대한 공약 실천에서 자동차 교역 문제가 핵심임을 인식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232조 조치의 현실화 가능성이 작아지기 보다는 높아지고 있고, 한·미 FTA 개정협상 마무리에도 우리가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GM과 쌍용차 사태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폭스바겐에 이어 BMW 문제 등 연일 자동차와 관련된 소식이 국내에 끊이질 않는다. 더불어,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못지않게 자동차 수출에 우리 대외무역 전체의 성적표도 좌우된다. 그만큼 자동차 산업은 우리 경제의 중요 과목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미국의 통상 압박 등에 우리 자동차 산업이 양보하고 희생한 부분이 결코 작지 않다. 2010년 한·미 FTA 추가협상 때도, 2017~2018년 한·미 FTA 개정협상 때도 그러했다. 미국보다 적극적으로 관세를 양허했고, 환경 및 안전기준도 완화했으며 개발 중이던 픽업트럭의 수출에 날개를 달아줄 관세양허 기간도 20년 더 유예해주었다. 미국 현지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등에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몽니로 우리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엔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최근 일본과 EU가 EPA를 타결해 우리 자동차의 EU 내 경쟁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과 EU에 이어 만약 미국마저 232조 조치 등 자동차 관련 압박카드를 꺼내 들면 이는 우리 자동차 산업에 악재 중의 악재가 될 수 있다. 우리로서는 232조 예외를 확실히 하는 동시에 미국의 자동차 통상 압박에 고급화 전략 등으로 대처했던 일본의 사례도 관심 있게 연구해 둘 필요가 있다. 미국 시장에서 신차 품질 1~3위를 그야말로 싹쓸이하고 있는 우리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젠 양보보다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에 제대로 부딪혀 교통사고가 날 수 있다.

 

 

 각주

①  당시 발언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중략) And I believe the nation that invented the automobile cannot walk away from it. (중략)”
② 정하용, “미국식 생산 세계화의 정치경제: 국제 경쟁의 심화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대응” 참고.
③ “US Economic Contributions,” AAPC(http://www.americanautocouncil.org/us-economic-contributions) 참고.
④ 미국 제조업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지역을 이르는 말. 한때는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미 북부와 중서부지역을 가리킨다.
⑤ 사실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자동차 교역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은 이번 개정협상이 처음은 아닌데, 지난 2007년 한·미 FTA 타결 이후, 2012년 발효 이전 진행된 추가협상(2010년)에서 자동차 관련 안건을 양국이 집중 논의했던 바 있다.
⑥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제안한 자동차 관세 상호 철폐에 대해서도 충분치 않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⑦ 1970년대 말 당시 포드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크라이슬러는 파산 위기까지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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