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에서 탈바꿈한 USMCA 주요내용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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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3국이 1년이 넘는 진통 끝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합의했다. USMCA의 주요 내용과 특징을 살피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과 대응 방향을 분석했다.

글_김양희 대구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부부(왼쪽)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부부(오른쪽)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일단락됐다. 미국은 8월 멕시코와 합의에 도달한 뒤 협상 마감 시한을 몇 시간 남기고 캐나다와도 극적 타결에 이르렀다. 명칭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US-Mexico-Canada Agreement)으로 바뀌었다. 트럼프가 구닥다리 NAFTA를 21세기형 무역협정으로 현대화(Modernization)했다고 자화자찬하며 개칭까지 한 배경에는 NAFTA와의 차별성을 부각해 오는 11월 6일의 중간선거에 치적으로 내세우려는 까닭이라고 풀이된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USMCA는 비단 북미 3국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라 세계무역질서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USMCA=NAFTA+TPP+α
USMCA는 NAFTA를 기본 골자로 하나, 후자의 22개 항목보다 훨씬 많은 34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 중 2/3 이상이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기 뒤 타결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따른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USMCA의 경제통합 수준을 기존 협정과 비교하면 완화, 강화, 신설의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그 비교 대상을 NAFTA로만 한정 짓는 것은 표피적 접근이다. 그 너머로 미국이 파기한 TPP와 그래서 미국을 빼고 타결된 CPTPP도 숨어 있어 이러한 측면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통합수준 완화다. 이는 투자 항목의 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ISDS)로, 미국·캐나다 간에는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미국·멕시코 간에는 원유와 가스, 전력, 통신, 교통, 사회간접자본 관리 등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파격적 완화는 오늘날 ISDS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는 세계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행보 뒤에는 자국 기업의 해외투자 보호 수준을 ‘완화’해 고용수출을 막겠다는 맥락이 더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에 미국 산업계는 미국 정부가 한 번도 ISDS에서 패소한 적이 없음에도 이런 ‘나쁜 선례’를 만들어 이후 다른 FTA에서도 같은 대우를 요구할 것에 우려를 제기했다.
둘째는 NAFTA보다 강화됨은 물론, 일부는 TPP에서 미국의 요구수준이 과도해 미국이 빠진 뒤 타결된 CPTPP에서는 동결된 조항이 USMCA에서 부활하거나 심지어 강화된 것이다. 캐나다 유제품 시장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 금융 서비스의 데이터 국외이동과 현지저장, 노동 및 환경의 보호 수준 강화가 이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은 자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중국 추격을 따돌리는데 유용한 무역 규범을 마련하게 됐다.
세 번째는 NAFTA에는 없던 자동차원산지 규정, 디지털 무역, 국유기업, 일몰조항, 환율조작, 비시장경제 등을 신설한 것이다. 이들은 WTO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고, 국유기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TPP에도 없는 기상천외한 무역 규범이다. 이쯤 되면 미국은 FTA 교과서를 다시 쓰고 있다고 할 만하다.
일례로, USMCA의 자동차 원산지 규정은 역내 부가가치 비중을 현행 62.5%에서 75%로 올렸다. 더 획기적인 것은, 자동차부품의 40~45%를 최저시급 16달러 노동으로 생산해야 하는 ‘노동부가가치(Labor Value Content)’ 기준의 도입이다. 멕시코 노동자단체는 이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했다.

 

 

USMCA 타결 후 박수 받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양자 협상 세계에선 여전히 건재한 미국
NAFTA에서 탈바꿈한 USMCA의 의의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USMCA는 25년 묵은 NAFTA의 현대화로, 북미경제에서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혹자는 USMCA의 최대성과가 NAFTA의 현상 유지라고 평한다.
그러나 USMCA의 의의는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즉 이는 미국의 양자 FTA를 위한 새로운 틀(Template)의 탄생을 뜻한다. 이는 지재권보호, 금융서비스, 노동 환경은 물론 디지털 무역 등 자신의 강점 분야에서의 글로벌 표준 선점전략인 동시에 대중국 봉쇄전략이기도 하다. USMCA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환율정책과 비시장경제 조항도 있다. 특히 후자에서는 3국 중 한 나라가 ‘비시장경제(Non-market Economy)’와 FTA를 맺으면 나머지 두 나라가 USMCA를 폐기하고 양자 FTA를 맺을 수도 있다고 규정한다. 물론 여기서 비시장경제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경제적 고립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동맹보다 통합수준이 낮은 FTA에서 상대국의 조약권을 제어하는 것은 주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해 나머지 두 나라가 선뜻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러한 대중 봉쇄전략이란 다름 아닌 TPP의 의도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역설적으로 추락하는 미국의 조바심을 방증한다. 미국은 TPP를 매개로 자신의 강점 분야를 선점하고 급부상하는 중국을 11개국과 공동 견제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TPP를 탈퇴하고, 이들을 일대일로 상대해 본래 목적을 이루는 ‘신의 한 수’를 놓았다. 그 첫 출발점이 된 USMCA는 아직 양자 주의 세계에서는 미국이 건재함을 만방에 알린 일대 사건이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USMCA와 유사한 틀의 FTA를 미국이 우리에게도 내밀 가능성이 있다. 그럴 때 캐나다와 멕시코가 그랬듯 우리도 두 손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명분은 미국의 사실상 일방적인 협상 타결이 가능했던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그간 FTA를 체결할 때 거대 자국 시장을 지렛대로 미국 시장 접근을 희망하는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이른바 ‘경쟁적 자유화(Competitive Liberalization)’ 전략을 십분 활용해왔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등장한 트럼프는 이를 위한 비장의 신종병기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 들었다. 이는 무역이 미국 안보에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할 경우 의회와의 협의 없이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법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번에는 자동차산업에 현행 수입관세의 10배가 되는 25%를 부과하겠다며 멕시코와 캐나다를 굴복시켰다. 애초 무역촉진권한(TPA) 하에 NAFTA 재협상을 위해 의회로부터 받은 주문인 미국 측 요구사항을 거의 관철시키는 압승을 거뒀다.
예컨대 캐나다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도 부과될 고관세를 USMCA 체결로 막고자 했으나 좌절됐다. 다만 232조 적용 시 양국의 자동차(캐나다와 멕시코 각각 260만 대)와 자동차 부품(캐나다 324만 달러, 멕시코 1080만 달러)은 무관세 쿼터 혜택을 받는 부속서(Side Letters)로 봉합하는 USMCA에 합의했을 뿐이다. 이에 캐나다 야당은 “우리는 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했으나, 그 대신 새로운 이름 하나 받고 더 나쁜 결과를 얻었다”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아울러 낙농업, 젠더, 사회적 약자, 환경 등 새로운 진보적 의제들을 포함시키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대미 수출이 총수출의 75%를 점하는 캐나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측 요구를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상 USMCA는 3자 간 FTA지만 미국은 양자 협상을 기본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즉, TPP는 죽지 않았다. 다만 USMCA로 부활했을 뿐이다. 달리 말하면 ‘TPP의 양자화(Bilateralization of the TPP)’라고 할 수 있다. USMCA는 미·중 간 세력전 중 내리막길의 미국이 오르막길의 중국을 끌어내리려 안간힘 쓰는 형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협정인 셈이다.

 

NAFTA 협상 마감 시한에 임박해 극적으로 합의한 캐나다와 미국

 

다자주의 협상 질서 깬 TPP의 양자화
트럼프의 ‘TPP의 양자화’ 전략은 다자주의의 미래에도 암운을 드리운다. USMCA의 출현은 GATT 및 WTO 체제 출범 이래 세계무역질서로 자리한 다자주의를 양자 주의로 되돌리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한 때 양자 주의가 만연하자 차라리 이를 디딤돌 삼아 다자주의로 복귀하자는 현실론에도 힘이 실리며 그 중간 단계로 메가 FTA가 자리매김했으나 트럼프는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듯하다. 그는 메가 FTA는 물론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다자주의도 거부한다. WTO의 분쟁패널 상소 기구의 후임 지명을 거부해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그의 시도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혹시 ‘TPP의 양자화’ 완료 후 이를 기술적으로 묶는 방식으로 양자협정의 TPP화를 추구할까? 트럼프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이 아니던가.
미국은 향후 USMCA를 일본, EU 등 자국과의 FTA를 원하는 무역상대국에도 적용해 중국견제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미국의 경쟁적 자유화 전략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타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이 세계 GDP에서 점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난 15년간 미국의 세계 자동차와 트럭 시장 점유율은 반 토막 났다. 그런데도 당분간은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USMCA와 유사한 서식의 FTA를 여타국에도 내밀 가능성이 있고 그럴 때 캐나다와 멕시코가 그랬듯이 다른 나라도 두 손 들어야 할 때가 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USMCA보다 먼저 한·미 FTA를 타결한 것이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단, 한·미 FTA 개정 협상은 미국 측 TPA 부재 하에서 진행했으므로 자국의 국내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건드릴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어 한·미 FTA를 USMCA보다 나중에 하더라도 커다란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 순서가 바뀌었다면 미국은 USMCA 중 적용 가능한 것을 요구했을 수 있다.
결국, 앞으로가 문제다. 이번 개정 협상 시 논란이 컸던 환율조항, 현재도 논란 중인 데이터의 국외이동이나 현지저장에 관한 내용이 핵심인 금융서비스, 디지털 무역 등에서 트럼프의 뛰어난 협상술과 ‘신의 한 수’ 232조, 미국 시장의존도, 대북문제 등으로 인해 무기력하게 당할지 모른다. 이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고민이 깊어진다.

 

 

각주

① 이는 멕시코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12월 1일 이전에 현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새 협정에 서명해 후임자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기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설정한 기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역촉진권한(TPA) 하에 최종 협정문을 9월 말까지 공개해야 했다.
② 좌파 성향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은 이것이 애초 NAFTA 출범의 중요한 배경이 된 자국의 미국 이민을 억제하고 멕시코 경제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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