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짜오 코리아, 사와디캅 코리아

  • 페이스북 바로가기(새창열림)
  • 트위터 바로가기(새창열림)
  • 구글 바로가기(새창열림)

점심으로 팟타이를 먹고 사이공 커피를 마시며 사무실에 돌아오니 책상 위엔 다음 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출장 일정이 놓여 있다. 어렵지 않은 상상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휴가 땐 가족들과 베트남 다낭에 다녀왔다. 한국에 이미 ‘아세안의 길(The ASEAN Way)1’이 활짝 열렸다. 

 

글_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베트남 호이안 수상시장

 

FTA는 기본적으로 국가 간 경제장벽을 낮추려는 데에서 시작하지만, 이를 통해 낮아진 경제장벽은 이후 상호 간 활발한 교류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 및 문화장벽까지 낮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2004년 첫 FTA 발효 이후 우리 생활상이 크게 달라진 까닭을 바로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싱가포르, 한·아세안 그리고 한·베트남 FTA. 이렇게 2중, 3중으로 FTA를 체결시킨 한·아세안 관계는 동남아시아가 우리의 이웃 그 이상임을 분명히한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98번째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형성’의 내용 중 하나는 아세안, 인도와의 관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신남방정책이다. 위 FTA를 통한 구(舊)남방정책에 대한 오늘의 중간평가는 신(新)정책을 추진하는 내일의 시발점으로 역할할 것이다.


우리 베트남이 달라졌어요

베트남은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고, 한국은 베트남을 사랑하게 되었다. 조국을 떠나 사랑 하나로 한국을 찾는 결혼이주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2 이제 그런 편협한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고양이띠’3 배우 김옥빈이 출연한 <하노이 신부>는 신 라이따이한 및 한·베트남 국제결혼 같은 사회상을 다룬 초기 작품인데, 그 정도에 국한되었던 베트남에 대한 인상은 이후 참으로 달라지고 다양해졌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 음식은 태국 음식과 함께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지 오래다. 이젠 베트남 식당을 찾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느 베트남 식당을 갈까가 고민스러울 정도다. 월남쌈과 쌀국수는 물론, 분짜의 맛에 감동하고 이젠 베트남식 피시소스인 느억 맘도 당기는 경지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로부스타는 1위)이자 수출국답게 달콤한 베트남식 커피로 우리의 디저트도 책임지고 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베트남식 커피 

 

한국산 과일이 공급되고 있는 베트남 마트

 

휴가 계획을 세울 땐 베트남 북부의 하노이, 하롱베이부터 중부의 다낭과 호이안, 남부의 냐짱(나트랑)과 호찌민까지 전국이 모두 고려 대상이다. 갈 곳이 어찌나 많은지 베트남 전국투어를 계획해야 할 것 같다.4 베트남에서도 한국의 인기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한류의 여전한 인기 속에 우리 기업들의 현지투자와 시장 개척이 인상 깊다. 인건비 상승과 사드 보복 등 여러 가지 난제로 중국을 떠난 삼성전자의 베트남 투자는 대안이자 혜안이 되었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핵심 제품의 생산이 베트남에서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현지 스마트폰 점유율 1위 등극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엘리트 인재 양성, 심지어 지난 10년간 베트남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은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국 2위로 부상했고,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6000개 이상이다. 투자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우리 중소상공인으로 구성된 시장개척단이 파견되는 등 기대도 크고 전망도 밝다. 우리 로펌 및 의약품 등도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중이다.  

 

 

최근 한국인의 휴양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베트남 다낭 

 

문화적 파급력도 여전하다. 현지에선 K뷰티가 관심 받고, 아이돌 그룹 라임(LIME)은 베트남 출신 멤버들로 구성, 현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친 뒤 한국에서 K팝 인큐베이팅으로 데뷔한 특별한 사례다. 한류의 혁신이다. 또한 세계금융위기 당시 베트남 정부가 매각한 국영영화관 메가스타 시네플렉스를 CGV가 인수, 현지 영화시장 60%를 점유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CJ 뚜레주르 등 먹거리도 진출해 있다. 우리 닭갈비와 김밥, 떡볶이, 잡채, 불고기, 라면의 인기도 뜨겁다는 소식이다. 올초 23세 이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 최초로 AFC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한 값진 성과의 중심엔 박항서 감독과 당시 K리그 소속이던 주장 쯔엉 선수가 있었다. 양국 간 교류로 달라진 생활상의 격세지감이 베트남 축구 실력에서도 발견되었던 짜릿한 순간이다.

  

“문제는 사람이야, 바보야” 

앞서 박항서 감독의 이야기를 했지만, 그가 선수시절일 때 룸메이트가 태국 선수였던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일화다. 스트라이커 피아퐁 푸에온. 당시 아시아 레전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던 선수다. 지금은 가요계에 태국 출신 아이돌의 인기가 상당하다. 2PM 닉쿤부터, CLC 손, 갓세븐의 뱀뱀, NCT 텐, 블랙핑크의 리사까지 모두 태국인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 170만 명이 태국을 방문했고, 50만 명에 가까운 태국인도 매년 우리나라를 찾는다. 많은 태국 여성이 우리나라로 사랑을 찾아 오며 새로운 가족상도 만들어주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태국은 한국전쟁 당시 아시아 국가 최초로 전쟁에 개입해준 고마운 나라고, UN군 파견 인력도 아시아 국가 중 필리핀 다음이니 인적교류의 역사와 범위는 아세안 국가 중 가히 최고다. 한국어가 태국 현지 대학입시(Professional & Aptitudes Test, PAT)의 선택과목으로 채택되었을 정도니 앞으론 이 인적 교류가 더욱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적 교류의 스펙트럼이 넓다보니 자연스레 경제 및 문화 교류도 동반됐다. 게다가 올해로 한·아세안 FTA 12년차. 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 출신의 한국 거주인구가 증가하고, 기온상승도 더해지면서 우리나라의 과일 지형에 큰 변화가 있다. 파파야, 패션프루트, 구아바, 망고와 용과 등 방콕에서 자주 보던 열대과일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은 물론 우리 하우스들도 채우고 있다. 나주 배, 대구 사과 대신 담양 패션프루트나 부여 파파야가 부상한다. 우리의 태국 여행 등이 늘며 다양해진 기호로 태국으로부터의 수입도 많아졌다. 대형 백화점에서 태국 과일 특별전을 열 정도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와 똑같은 역현상이 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우리 과일이 프리미엄으로 인식, 최근에는 경기도와 경기농협이 함께 론칭한 브랜드 ‘잎맞춤 배’가 aT방콕지사 지원을 받아 번화가 대형쇼핑몰에 신선농산물 전문 판매코너(코너명 : K-Fresh Zone)로 입점했다. 이미 오래 전 팟타이와 양꿍 등으로 우리 마음에 자리한 태국의 음식외교에 이은 이른바 과일 외교다.

 

 

2015년 5월 한·베트남 FTA가 체결됐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인적, 문화 교류가 경제 교류로까지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태국은 아세안 내에서도 둘째가는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자동차 산업과 전자기기 등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 일본과 중국의 투자로 인프라도 개선되고 있다. 우리도 공격적인 진출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 경제구축의 타일랜드4.0과 이를 위한 동부경제특구(Eastern Economic Corridor, EEC)가 우리로썬 특히 주목해 볼 만하다. 이미 태국에 진출한 삼성페이는 이런 관점에서 좋은 출발이다. 또한 TPP 가입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역시 같은 입장의 태국과 함께 전략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올해로 수교 60주년이지만 향후 60년이 더 중대하다. 

 

한·아세안 경제협력 협정서명서를 교환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 말레이시아 압둘라 총리

 

신남방정책은 탕평책으로

물론 한·아세안의 근거리화가 FTA로 모두 설명될 수는 없다. 그러나 교류에 장벽을 낮춰주는 FTA가 역할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한·아세안 네트워크는 일부 아세안 국가에 편중되어 왔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탕평책의 정신으로 더 많은 국가에 고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아세안을 하나로 인식해 모두에 같은 방법으로 다가가면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베트남과 태국에도 같지만 다르게 접근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한국과 베트남, 한국과 태국은 어느덧 ‘One Vision, One Identity, One Community’라는 아세안의 모토처럼 자연스레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아세안 전체와 하나가 될 시간이다.

 

각주

1 아세안 공식 노래(Anthem).
2 <하노이 신부(2005)> 외에도 <황금신부(2007)>, <내 아내 네이트리의 첫사랑(2012)>은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한국 드라마다.
3 베트남엔 토끼띠 대신에 고양이띠가 존재한다.
4 실제로 3월 한국항공공사 기준, 한국·동남아 항공편 수는 3,090편으로 같은 시기 한·일 3,957편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커버스토리 top5
시안02.jpg

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