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로 밝아진 아세안 시장

  • 페이스북 바로가기(새창열림)
  • 트위터 바로가기(새창열림)
  • 구글 바로가기(새창열림)

한국의 문화와 각종 소비재 상품 등이 아세안에 전해지면서 한류의 영향력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한류로 인한 긍정적 결과가 아세안에 퍼지면 우리 기업은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글_유승진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

 

 

아세안 국가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들

  

세계 경기회복과 교역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먼저, 전체 수출의 약 37%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 상당히 높은 비중인데다가 최근 강대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되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했으며, 가공단계별로는 중간재의 비중이 66%에 육박한다. 한국 수출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수출 시장과 품목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류는 우리 수출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시장 다변화의 핵심 지역으로 평가되는 아세안에 이미 기반을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아세안 소비자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한국의 각종 소비재와 서비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는 우리 기업에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변화하는 한류, 한류로 인해 변화하는 아세안

처음 ‘한류’라는 말이 생겨나던 시기에는 일부 한국 가수나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 한류의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커져 한국 문화 전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번졌다. 일례로, 현재 태국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고등학생의 수가 약 1만 명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태국 대입시험 제2외국어 과목에 한국어가 채택되었을 정도다. 제1회 한국어 시험에는 전체 제2외국어 시험 응시자의 약 10%인 5,504명이 응시해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다. 

과거에는 한류가 일부 마니아층의 문화였다면 이제는 대중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공급도 늘어 누구나 TV를 켜면 한류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아세안에서 비교적 경제발전 단계가 낮은 미얀마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2002년 <맛있는 청혼>이 처음 방영된 이후 한국 드라마가 연달아 인기몰이를 하며 현재는 외국 방송 프로그램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각국의 주요 방송국이 한류 콘텐츠를 방송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한류만을 다루는 채널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 영화 전문채널 ‘tvN 무비스’가 개국했고 베트남에선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다루는 ‘TV블루’가 생겨났다. 단발성 콘텐츠 수출에서 전문 채널 운영으로 한류 유통경로가 확장되는 추세이다.

한류에 힘입은 한국 기업들이 아세안 진출을 확대하며 아세안도 변화하고 있다. 한 눈에 가장 쉽게 보이는 변화는 베트남 하노이의 하늘에서 찾을 수 있다. 베트남 최대의 콤플렉스 빌딩인 경남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현재 AON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와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인 롯데센터 하노이. 우리 기업이 만든 두 빌딩이 베트남 상공을 가르고 있다. 롯데센터 하노이 지하에 위치한 마트는 한국 식품을 구매하는 쇼핑객으로 붐비고, 마트 입구 앞 벤치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롯데리아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모습이 흔하게 보인다. 지상으로 올라가 백화점에 들어서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젊은 여성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쇼핑에 지치면 센터 내에 위치한 한국 카페를 찾거나 한국에서 유행하는 디저트와 분식을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 저녁시간이 되면 한국식 소고기를 즐기러 온 미식가들이 식당가를 찾기 시작하며, 베트남 직원들이 한국어로 인사하며 손님을 맞이한다.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법인 CJ ENM이 베트남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V커머스 콘텐츠(모바일 특화 짧은 동영상)’ 제작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한류 열풍의 비즈니스 낙수효과

아세안에서 부는 한류 바람은 한국 상품의 고급 이미지 강화와 한국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코트라에서 아세안 소비자와 바이어, 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제조한 상품(Made in Korea)에 대한 신뢰도 수준이 69.2%에 달해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위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 제품이더라도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제3국에서 제조한 한국 대기업 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 대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한국산이라는 원산지 효과가 비슷한 수준의 신뢰도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한류의 힘을 잘 보여주는 비즈니스 사례로는 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 탐앤탐스(TOM N TOMS)가 있다. 올해 우리나라와 수교 60주년을 맞은 태국은 전통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지난해 수교 130년을 맞은 태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두 배 이상 긴 시간동안 가까이 지내며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했다. 그러나 최근 한류 열풍이 불며 한국이 일본의 영향력을 급격히 따라잡는 추세이다. 탐앤탐스는 이 기류에 탑승해 한국산 과일과 태극마크 등을 내세우며 태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경상북도 청도 반시로 만든 ‘홍시 스무디’와 지리산국립공원 설향 생딸기로 만든 ‘딸기 스무디’를 비롯해 한국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가 특히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외에도 고구마 말랭이, 오미자 등 K-푸드를 계속해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내가 니 할매다>는 베트남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현지 진출 기업에 따르면 한국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태도가 훨씬 적극적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K-OOO’라는 문구의 존재만으로도 소비자가 눈길을 한 번 더 준다는 의견도 있다. 심지어 한국 브랜드인 척 하는 외국 기업까지 나타날 정도이다. 일례로, 중국계 생활용품점 무무소(MUMUSO)는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한 제품을 만들고 태극기와 한국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며 매장 내 한국 음악을 틀어놓는다. 홈페이지와 매장 곳곳에 ‘Korea’를 적어놓고 한국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때문에 많은 동남아 소비자가 무무소를 한국 브랜드 스토어라고 착각하였고, 이는 높은 인기로 이어졌다. 한국 브랜드 행세를 한다는 점, 그 과정에서 일부 질 낮은 제품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점, 한국 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며 지적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류로 인해 높아진 한국 국가브랜드의 위상과 한국제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한 제품을 판매하는 무무소

 

 한국 영화 <써니>의 베트남판 <찬란한 날들>

 

문화콘텐츠를 넘어 상품 수출까지  

한류로 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고 한국 상품 선호도가 높아지며 우리나라의 대(對)아세안 수출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아세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0.4%에서 2017년 16.6%로 확대되었다. 금액으로 치면 10년 사이 아세안을 향한 수출이 2.5배나 늘어 지난해에는 952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세안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기업의 영향으로 대아세안 수출 중 중간재의 비중이 76.7%로 매우 높다. 한류의 영향이 크고 일반 소비자의 구매비중이 높은 소비재의 경우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아세안에 대한 우리나라의 소비재 수출은 2007년부터 10년간 2.8배 증가하며 전체 대아세안 수출을 앞지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평균 증가율은 무려 10.8%에 달한다. 2017년에는 다소 주춤하며 전년 대비 6.5% 감소했지만 2016년에는 17.7%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올 1~4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 

한류 효과가 특히 강하다고 평가되는 소비재인 의류와 화장품의 경우 지난해 각각 6억 6,000만, 5억 5,000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2008년부터 연간 두 자릿수의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30%가 넘는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 1~4월 누적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30.9%나 늘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모든 관계에 있어 상대방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한류열풍과 활발한 문화교류로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아세안 시장을 얕잡아보며 무턱대고 달려들면 크게 후회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종종 컨설팅을 해주는 자카르타의 한 언론사 대표는 인도네시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당황하곤 한다고 전한다. 아세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유망시장이다. 일본과는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고, 중국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아세안을 공략 중이다. 엄청난 투자 능력을 갖춘 재력가들과 힘이 대단한 경쟁자들이 줄을 선 곳이 아세안 시장이다.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렇기에 장기적인 안목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컨설팅 업체만을 통해 진출을 준비하거나 3~6개월의 단기적인 도전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직접 시장을 조사하며 피부로 느껴야 하고, 2~3년은 투자를 하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현지에서 성공한 선배들의 조언이다. 또한 인내심과 유연한 대처 능력, 현지 사정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아세안은 모든 것이 한국보다 느리고 행정절차도 복잡하다. 각국 정부의 정책도 자주 바뀌는 편이라 기업에 혼란을 주기 쉽다.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도전했다가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현실에 당황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아세안이라는 기회의 땅에 한류라는 좋은 여건이 마련되며 우리 기업에 다양한 문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류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는 앞으로 아세안 시장을 두드리는 우리 기업들의 손에 달려있다. 한명 한명이 한류 스타라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며 한국에 대한 아세안의 사랑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커버스토리 top5
시안02.jpg

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