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중국 무역 전쟁의 본질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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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간 무역을 둘러싼밀당이 예사롭지 않다양국 관계가 강 대 강으로 가는가 싶더니 미국이 협상과 대화의 여지를 남기자 중국이 개방 의지로 화답하며 다시 온화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우리는 G2 대립의 본질을 이해해 양국의 화복(禍福) 사이에서 경솔한 판단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_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17~19세기 강력한 해군력, 제국주의와 산업혁명으로 전 세계 패권을 먼저 잡은 것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해가 지지 않는 제국영국이었다. 이른바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 20세기 초중반 양차 대전으로 대변되는 유럽의 대륙 내전(continental civil war) 상황 속에 영국의 패권국 지위는 공산주의 소련과 자본주의 미국으로 이동했다. ·러 간 세력 균형에 그나마 세계 평화가 유지되었던 팍스 루소 아메리카나(Pax Russo·Americana) 시기다. 1970년대 들어 미국의 경제가 쇠퇴하고 베트남 전쟁 패배까지 겹쳐 그 무게추가 소련을 향해 기우는 듯 했지만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고 이어 1991년 소련이 몰락, 분해되면서 1990년대 정보기술혁명과 함께 미국은 명실공히 유일한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침내 시작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여기에서 오늘날 세계경찰이자 초강대국 미국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초고속 경제성장 

팍스 아메리카나가 부상하기까지, 그 사이의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지금의 G2 대립을 해석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1970~1990년대까지 중국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했던 덩샤오핑은 문화혁명과 평균주의를 지향했던 마오쩌둥 사상에서 과감히 벗어나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선부론(先富論)’으로 중국식 사회주의와 사회주의 시장경제 즉, 덩샤오핑 이론을 실현시켰다.1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뤄졌다. 특히, 1987년 중국의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외개방정책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마오쩌둥은 집권 당시(1945~1976) 자급자족 경제 노선 채택으로 폐쇄정책에 일관해 문호를 닫고 국제관계를 등한시했는데, 그 폐쇄성을 지적한 덩샤오핑이 실제로 집권하면서 적극적인 대외개방정책을 시행했고, 중국의 경제개발은 더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1976 ­1.6% 성장을 한 이후 2016년까지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으며, 평균 약 9.6%의 초고속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개혁개방 원년으로 볼 수 있는 1978년에는 11.7%의 기록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전 세계 모두가 경제적 침체를 피할 수 없었던 세계금융위기 중에도 14.2%(2007), 9.7%(2008)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성장은 2.7% 수준이었으며, 세계금융위기 중에는 각각 1.8%, -0.3% 그리고 그 여파가 이어진 2009년에는 다시 -2.8%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의 금융지구

 

 

중국의 WTO 가입 이전, ·중 무역 관계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는 있었지만 그 핵심으로 볼 수 있는 대외무역에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했다. 바로 WTO 미가입이다. 사실 중국은 WTO의 전신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이 출범하던 1948 1 1 23개 창립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후 국공 내전을 거치며 공산당에 밀린 국민당이 지금의 타이베이로 이전하고 중국으로부터 지금의 대만이 분리, 독립하는 과정에서 GATT 체약국의 법적 지위까지 함께 상실하게 되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당시의 역사는 개혁개방의 초석으로서 역할 했을 GATT 체약국 지위를 상실케 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양안 관계와하나의 중국 원칙의 충돌, 이로 인한 국제사회와의 대립 등을 일으키게 된 중대한 실책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자유무역 체계에서 이탈하게 된 중국에 GATT 상 국제통상법적 보호와 지위 자체가 불필요했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다만, GATT로 대변되는 자유무역 체계 아래 완전한 개혁개방을 이루기 위해선 GATT에 재서명하거나 1995년 이후 WTO에 가입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주요 무역상대국들과의 쌍무협상을 통해정상적인 무역 관계(Normal Trade Relations, NTR)’지위를 받아야만 했다. NTR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최혜국대우(Most Favoured Nation Treatment, MFN)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인데, 만약 GATT 비체약국을 이유로 무역상대국으로부터 최혜국대우를 인정받을 수 없다면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공정한 배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지 않는 것이었다. 

특히, 이 문제는 중국의 대미 무역에서 대두되었다. 미국은 만약 미국 의회의 심사를 거쳐 NTR 지위를 받지 못한 무역상대국이 있으면, 그들에 한해서 다시 미국의 일반관세율인 6%보다 훨씬 높은 50~100%의 관세율을 적용했다.2 사실상 미국과의 정상적인 교역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GATT 비체약국인 중국은 1980년부터 미국과의 무역을 위해 미국 의회 심사를 통해 NTR 지위를 부여받고 이를 꾸준히 갱신해야 했는데, 이러한굴욕 2000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PNTR)’ 지위를 부여받는다는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약 20년간 계속됐다.3 되돌아보면 미국이라는 선진의 그리고 초대형의 소비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었던 중국의읍소였던 것이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이듬해인 2001 WTO에 가입할 수 있었고 더 이상의 NTR이나 MFN 논란은 불거지지 않았다. WTO 가입 이후 중국은 다시금 GDP 성장의 활력을 더할 수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해부터 미국의 성장률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의 4%대 동력을 잃고 1~3%대로 떨어졌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아성에 대한 중국 주도의 세계평화,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추격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세계 패권을 둘러싼 G2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시니카의 충돌은 이제 더 이상 레토릭이 아니다. 

 

WTO 회원국 중국과 가입의정서 논란 

중국의 대외개방정책은 WTO 가입으로 마침표를 찍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힘입어 2001년 이후 계속해서 고속 성장을 이어나가 지금도 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비슷한 시기부터 확실히 성장률이 침체되기 시작했고 세계금융위기까지 겪으며 패권 국가로써의 경제력에 큰 부침을 겪었다. 

미국으로선 중국이 WTO 가입 당시 약속한 가입의정서(Protocol of Accession) 내용을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대중 무역적자다. 미국은 전통적이고 고질적인 무역 적자국이지만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미국 통계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01년과 2016년을 비교했을 때 무려 4배 이상 확대되었다. 공산품과 농산물의 관세 인하, 수입제한 폐지, 서비스 교역 자유화 등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가입의정서 내용 중 미국과의 대립이 가장 고조된 부분은 바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Market Economy Status)와 관련된 제15보조금과 덤핑의 결정에 있어 가격의 비교성(Price Comparability in Determining Subsidies and Dumping)’이다. 이 조문 (d)항에선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가 가입 15년 뒤 즉, 2016 12 11일 자로 자동 부여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아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이에 따라 미국을 필두로 EU에서도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부여에 소극적이자 중국은 현재 이 둘을 WTO에 제소, 분쟁 해결을 진행 중이다.4 향후 WTO 차원에서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합법성 여부가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최종 결정되게 된다면 미·중 간 무역 갈등은 지금보다도 한층 더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시니카의 구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8 G2 무역 전쟁: 미국 우선주의 중국몽

2017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WTO도 중국도 신뢰하지 않는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uchididdes Trap)에 빠진 탓일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가입의정서를 통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방에 부족한 면이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와 그 확대도 크게 경계하고 있다.5 그러나 이전 정권인 오바마 행정부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중국의 성장과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 했음을 고려하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부상한 새로운 그림은 전혀 아니다. 다만, 그 방법이 전례 없이 노골적이고 강력할 뿐이다. 

미국은 2017 1 TPP 탈퇴로 중국에 자유무역 주도권을 내주는가 싶었지만, 4월부터 중국산을 염두에 둔 철강 수입 관련 조사를 개시하고 8월엔 국내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및 미국 기업에 대한 강제기술 이전 요구 등에 대한 조사도 정식 개시했다. 

이어 2018 1월엔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로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으며, 3월엔 최종적으로 국가안보 예외와 관련한 국내법 232조에 근거, 철강 25%, 알루미늄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끝이 아니었다. 그다음 달인 4월엔 중국에 대한 301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1,300여 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이어 두 배 규모인 1,000억 달러의 대중 추가관세 부과도 지시해 둔 상태다. 특히 앞서 1,300여개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은 중국이 자국 제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인중국제조 2025’의 핵심 분야를 포함하고 있어 중국의 성장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가 감지된다. 

물론 중국도 이에 굴하지 않고 3월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와인, 돼지고기 등 7개 종류 품목에 대해 30억 달러 규모의 대미 관세 부과를 발표했으며 4월에도 미국산 대두, 항공기, 자동차, 화학제품 등 14개 종류 품목에 500억 달러 대미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모두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표심 흔들기 전략이 반영된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고관세를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무역 전쟁을 선포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대응전략 필요한 한국

이와 같은 정세에서 우리의 대응전략 마련이 결코 쉽지 않다. 표면적으로자유무역을 하기 싫은 나라인 미국과자유무역을 하고 싶은 나라중국의 사이에 딱 끼인 형국이다. 두 국가 사이 무역 전쟁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국의 빅뱅에 앞서 G2 무역 대립의 본질을 이해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한 산업·통상정책의 준비가 절실하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교훈으로 미·중과 신뢰를 돈독히 한 뒤 일어서야 한다. 통상의 관점에서 미국과 한· FTA 개정 협상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발효시키는 슬기를 발휘하는 동시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한껏 예민해진 중국과도 성실히 한· FTA 후속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무신불립에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믿음 역시도 포함된다. 우리가 가진 경쟁력과 경험, 통상역량을 신뢰하고 새 수출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해나가는 등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 

과거 우리의 운명은 우리를 제외한 주변 열강들의 의사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되어 버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미 간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나 영·일 간 제2차 영일동맹이 대표적 사례다. 이젠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꾸려나가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G2 무역 대립이 우리에게 줄 영향에 대해 주판알만 굴리는 것은 소극적이자 후속 대응적인 성격이 강해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중 통상마찰이 우리에게 줄 피해의 양적 접근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정확하단 보장도 없다. 대신 현 대립상황을 보다 본질적으로 면밀하게 이해하고 이에 전지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각주>

1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와 관계없이 인민을 잘 살게 하겠다는 덩샤오핑의 의지를 대변한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논란은일부 사람을 먼저 부유하게 하라, 먼저 벌어야 나누어 줄 것이 있다는선부론(先富論)’으로 돌파했다.

2   <잭슨·배닉법(Jackson·Vanik Amendment to the Trade Act of 1974)> <스무트·할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of 1930)>에 의거한 것이다.

3   클린턴 행정부의 하원으로부터 찬성 237, 반대 197표를 획득했다.

4   DS515 United States ­ Measures Related to Price Comparison Methodologies, DS516 European Union ­ Measures Related to Price Comparison Methodologies

5   투키디데스의 함정(Tuchididdes Trap)은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뜻을 가진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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