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G2, 기술 패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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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500억 달러 관세 부과에 중국이 똑같이 맞서고, 미국은 다시 2000억 달러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기원전 바빌로니안식 접근의 배경엔 양국 간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글_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기술이 역사를 바꾼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명과 발달이 역사를 바꿔 사실이다. 발명가 에디슨이 실용화한 전구가 그러했고, 라이트 형제의 동력 비행기가 그랬다. 그리고 핵심 기술을 선점한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패권에 도전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이다. 당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재화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동력혁명이 일어났고, 이를 통해 조직적 경제 변화 과정이 산업혁명으로 발전했다. 이에 힘입어 영국이 G1으로 부상했던 것은 부정할 없는 역사다. 사회주의 붕괴로 몰락한 소련을 제치고 냉전시대를 끝낸 미국도 1990년대 정보기술혁명에서의 우위로 지배력을 얻은 경우다. 지금도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미국의 기술 헤게모 니는 패권국 지위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국제통상규범을 마련한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1995 WTO 설립과 함께 발효되며 미국의 기술 굴기는 탄탄한 법제도 보호 아래 놓이게 되었다. 앞서 1988 미국이 동일한 목적으로 국내 종합무역법에서 제정한 스페셜 301(182)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지난 7월 5일(현지시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4 발명부터 중국 제조 2025까지
중국도 기술에는 일가견이 있다. 종이, 나침반, 화약과 인쇄술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중국의 4 발명이다. 고대 만리장성이나 현대 장가계만 떠올려도 그들의 기술력을 가늠할 있으며,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들의 짝퉁 제조도 분명 기술은 기술이다. 그런 중국이 이제 시진핑 주석의 주도 하에 컴퓨터, 반도체 핵심 기술 굴기에 나섰다. 리커창 총리도 2015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이를 위한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공식화했고, ‘양보다 질’이라는 중국의 미래지향적 산업 전략을 천명 했다. 과거의 제조업 세계 1위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는 로봇, 항공 우주, 차세대 정보기술, 고속 철도, 고효율·신에너지 차량, 친환경 전력, 해양 공학, 신소재, 바이오, 농업 기기 10 산업을 3단계에 걸쳐 키워나가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보는 것은 이미 구시대적 접근이다. 과거 섬유나 전자제품 저기술 노동집약적 제품을 생산해 세계에 ‘메이드 차이나(Made in China)’를 확산시켰던 중국은 인건비 지대 상승 등으로 역할을 동남아시아 등에 내준지 오래다. 이번 ‘중국 제조 2025 전략은 ‘양’에서 ‘질’, 고기술·고부가가치의 제조업으로 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동시에 과거의 공장 역할을 되찾고 이를 내수 시장 경제 발전에 활용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찬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각종 혜택과 보조금 등으로 관련 자국 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해외 기업으로부터의 기술 이전 요구와 일방적 통상 압박 등을 활용해 경쟁국을 견제하기도 한다. 중국이 우리와 미국 기업의 반도체 가격 담합에 대해 조사한 사례나 한·미·일 연합으로 완료된 도시바 메모리 인수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NXP 반도체 인수가 중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난항을 겪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여전히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래저래 중국의 기술 굴기에 곱지 않은 시선이 만연한 이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산둥성 일대 첨단 산업단지를 시찰하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미국 앞에 중국 없다
중국은 우리에겐 대국이지만 미국 앞에선 소국이다. 그렇지만 위와 같이 중국의 기술 굴기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도 이를 알고 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통해 고질적인 무역 적자문제를 일부라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면에는 미국의 기술 패권을 중국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우선 미국이 500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부과한 25% 관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선정한 관세 부과 대상에는 산업용 로봇 전자 부품과 설비, 기계, 차량, 화학제품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기술과 관련된 제품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해당 제품들의 미국 진입을 막아 중국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나아가 선진 소비 시장인 미국이 중국 기술 굴기의 테스트베드로 역할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핵심 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동시에 활용 중인 국제법과 국내법적 접근도 눈에 띈다. 우선 미국은 앞서 말한 TRIPs협정을 근거로 WTO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미흡과 강압적인 기술 이전 요구 합작 사업 강요 등을 이미 제소했다. 국내적으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기술 유출이 국가비상 사태까지 이어질 있다고 보고 재무부가 중심이 되서 자국 주요 산업 기업에 대한 중국 투자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1977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적용을 검토했다. 법안에 근거해 중국 기업의 활동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직접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당 기업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자산을 압류하거나 몰수할 수도 있다. 1975 포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설치되었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안보심사 강화 법안도 궤를 같이 한다. 법안은 1988 ‘엑슨-플로리오법’ 조항이 미국 종합무역법의 5021조에 삽입되면서 마찬가지로 대통령에게 중국 외국기업에 의한 합병이나 인수 등이 미국 기술이나 자본의 해외 유출과 여기서 발생하는 국가안보 영향을 심사할 권한을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의 법안 통과를 현재 의회에 재촉하고 있는데, 역시 기존 CFIUS 권한과 재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은 상기 서술한 바와 대동소이하다. 최근 화웨이, ZTE 제재나 차이나모바일, 애플-BOE 논란 등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1 중국에 대한 스페셜 301 조사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미국의 방어는 가히 전방위적이다.

 


지난 7월 5일 중국 바이두는 세계 최초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버스 양산을 시작했다. 
 

무역전쟁 베일 기술전쟁의 향후 전망
4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국과 중국의 기술 헤게모니 경쟁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1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고, 대중 무역적자에 대한 인식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으며 무역 관련 주요 보좌진들이 대중 강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미국은 비슷한 사례에 대해 1980~199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을 상대로 재미를 기억도 있다 (본지 2018 3월호 FTA 히스토리’ 참고). ‘중국 제조 2025’는 중국의 국가 정책인데 이를 자국의 기술 헤게모니 수호라는 목적하에 노골적으로 견제, 압박하는 것은 사실 중국의 자주권에 대한 미국의 월권 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중국의 불공정무역 행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나 이를 정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마땅하나 접근법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의 경계는 더욱 고도화 있다. 특히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 조치가 반도체 메모리 분야까지 확대되진 않을지 우려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중국이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 리더십에도 도전해 이미 미국 국가안보국(NSA) 과학자들은 우려를 표해왔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지급과 외국 기업에 무리한 기술 이전 요구 등을 지속해 이미 미국의 불만을 사고 있고, 낸드플 래시 메모리 등은 정보 저장의 열쇠이기에 ‘기술 안보’를 이유로 미국이 같은 조치를 택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국가 안보와는 꽤나 거리가 있어 보이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반도체 의존도 높은 한국, 적극 대응 필요
우리나라에도 양국의 기술전쟁은 무역전쟁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우선 양국이 우리의 1, 2 교역 대상국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경쟁하는 반도체 메모리 기술 분야는 우리의 주력 산업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은 한국 수출은 20% 반도체 실적이며, 특히 40%가량이 중국에 수출되고 있어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는 중국의 반도체 공습에 대해 미국, 유럽 등과 공조해 중국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특정 산업에 대한 국가 보조금에 대해 WTO 제소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대외무역의존도, 특히 반도체에 대한 의존이 높은 상황에선 치열한 G2 기술 패권 경쟁과 장기화가 우리에게 긍정적이기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술 관점에서 미국 일본의 약진 그리고 중국의 추격 사이에 끼어 있는 현재의 너트크래
2 현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견제로 중국의 기술 추격은 일단 지금보단 속도감을 잃게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술 개선과 관련 연구 개발 투자는 꾸준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동시에 양국 시장에 대한 수출다변화 노력은 너무나 당연하다

 

 

 각주

1 최근 미국이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거부하거나, 미국 기업과 중국 기업 간 거래를 제재했던 등의 사례들이다.
2 양쪽에서 호두를 눌러 까는 기계를 뜻하며, 1997년 <매일경제>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나라를 비유한 표현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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