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를 향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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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지난 2017년 G20 국가 중 최대 경제성장률 7.4%를 달성하면서 가장 유망한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최근 미국과의 갈등 심화와 거시경제 취약성 등으로 심각한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터키 FTA 서비스투자협정 발효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터키 시장에 대해 우리 기업은 다소 복잡한 심경으로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글_이철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팀 선임연구원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터키 FTA가 양국 교역의 균형적 확대를 통한 호혜적 경제 협력 증진의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고 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중동 이슬람 국가 중 유일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세속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전통적으로 친서방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중동의 이슬람 국가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터키는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도 인종적, 역사적 유대관계가 깊고 이 지역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과 함께 인구 8000만 명 이상의 대규모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시장잠재력이 크게 기대되는 시장이다. 터키 경제는 2000년대 들어 7~8%대 고성장을 거듭하였으며, 최근에도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더해 꾸준한 인구증가율과 교육에 대한 투자로 인근 신흥시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젊고 교육수준이 높은 숙련된 노동력이 풍부하다. 1996년부터는 EU와 관세동맹 관계를 맺어 인구 5억 명을 초과해 세계 최대의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는 EU 시장을 배후에 두고 있다.
한국의 총수출 중 터키의 비중은 지난 1980년대 0.1~0.4%에 불과했으나 1990년대에는 0.3~0.8%, 2000년대 이후에는 0.5~1.1%로 급속하게 확대됐다. 그러나 양국의 경제 규모와 교역 잠재력을 고려하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총수입 중 터키의 비중은 더욱 미흡한 실정으로 아직 0.1~0.2%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한국의 대(對)터키 무역수지는 53억7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흑자를 기록해 터키는 우리의 9대 무역흑자 대상국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했던 한국과 터키의 교역은 2010년 이후 꾸준하게 늘었으며 특히, 한·터키 FTA 기본협정 및 상품무역협정이 발효된 2013년 이후 급속하게 증가했다. 양국 간 상품부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터키 수출이 급증한 데 비해 수입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해 우리의 대터키 무역수지흑자 구조는 더욱 고착됐으나, 이는 한국과 터키의 산업협력 강화로 유럽 시장에서의 터키 제품 경쟁력 강화에 일조한 측면이 같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고성장에 따라 물가 상승, 리라화 가치 하락 우려
터키는 2017년 7.4%의 성장을 달성함으로써 신흥시장 고성장의 대명사인 중국과 인도보다 높은 경제 성장을 나타냈다. 2017년 G20 국가 중 최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성장세가 2018년 들어 다소 둔화하고 있으나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3%, 2분기에는 5.2% 성장해 여전히 OECD 최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터키 경제의 성장세를 주도한 주요 동력은 2017년 전년 대비 6.1%와 5.0%의 증가를 보인 가계 소비와 정부 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관광과 수출 부문의 호조세가 터키 경제성장에 일정 부분 이바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터키 경제는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끝났던 2016년 이후 통화정책 완화와 확대재정정책에 힘입어 2017년 들어 내수활성화에 성공하면서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터키 경제는 2010~2015년 동안 연평균 7% 이상의 고성장세를 지속해서 나타내다가 2016년 들어 경제 성장세가 주춤했다. 군사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2016년에는 시리아 내전 격화와 테러위험 확대, 러시아 군용기 격추에 따른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등과 같은 정치·외교적 리스크 증대로 전년 대비 3.3% 성장에 그친 바 있다. 이에 터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세금 인하, 중소기업 재정 지원 등 확대재정정책을 통해 내수활성화에 적극 나섰으며, 2016년 11월(7.5→7.6%), 12월(7.6→8.0%) 정책금리 인상 이후 2017년에는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이와 함께 2015년 이후 침체했던 터키의 관광산업 부문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과 테러위험 완화 등으로 2017년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러한 터키의 잠재성장률을 초과한 고성장세는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단기 이자율 상승, 경상수지 불균형 심화 등의 부정적 요소도 수반했다. 확대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졌으며, 여기에 터키 리라화의 가치하락이 더해져 2017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초과한 이후 2018년 8월에는 17.9%로 집계되어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 들어 물가상승 압력이 가속화되어 터키 중앙은행 목표치의 두 배를 크게 초과하는 10.8%를 기록했으나 명목 정책금리는 10%에서 오랫동안 동결된 바 있다. 국내수요 활성화를 통한 경제 성장 견인 과정에서 수반된 과도한 물가 상승과 리라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인상을 통해 중·단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더욱 심화시켰다. 터키의 경상수지는 2014년 GDP 대비 5%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5~16년 2년 동안 GDP 대비 ­3.7%로 다소 개선됐으나 2017년에는 다시 GDP 대비 5%를 초과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과의 갈등 장기화 시, 내수 위축 가능성
최근 터키와 외교적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미국은 터키의 보복관세 부과에 대응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추가로 두 배 인상함에 따라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거시경제 안정성이 극도로 취약한 터키 경제는 리라화 가치 폭락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경상수지 적자 누적과 과도한 대외부채 의존도로 매우 취약한 거시경제 구조로 되어 있는 터키는 7월 말 이후 미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30% 이상 급락했다.
2016년 터키의 군사 쿠데타 실패 이후 쿠데타 배후 의심 세력의 미국 망명, 나토 회원국 터키의 러시아 미사일 수입 결정, 쿠르드 테러조직 지원이 의심되는 미국인 목사의 가택 연금 등으로 미국과 터키는 외교적 갈등이 심화됐다. 이러한 미국의 압력에 대해 터키는 미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적인 관세 인상을 전격 발표하고, 미국산 전자제품 불매 운동을 전개하는 등 대미 강경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의 긴급 시장 안정화 조치 발표 이후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는 다소 완화됐으나, 서방과의 외교적 갈등이 지속되면 터키의 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으며, 여타 취약 신흥국으로의 전이 가능성도 있다.
지난 8월 13일 터키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권에 대한 리라화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안정을 모색하고 외화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는 긴급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권에 대한 초단기 유동성 공급 확대 및 담보물 할인율 조정, 외화예금 한도 상향, 리라화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으며, 터키 은행감독원은 은행의 리라화 스와프, 선물환 거래 등을 은행 지분의 50% 이내로 제한했다. 터키는 미국산 전자제품 불매운동과 함께 미국인 목사 석방 요청을 기각했으며, 미국은 터키에 대한 일반특혜관세(GSP) 적용 철회 검토 등 추가적인 제재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은 단기간에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의 금융시장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과도한 외채의존도와 유동성 부족 등으로 구제금융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터키의 대외차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남유럽 국가와 여타 취약 신흥국으로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도 내재돼 있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은행들이 터키의 대외차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국제금융시장에서 터키 다음으로 취약한 신흥국으로 아르헨티나, 남아공, 러시아 등이 주로 언급된다. 이와 함께 터키의 실물경기에도 그동안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내수부문의 위축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에는 인프라·에너지 관련 사업 유망
한국 기업 진출에 있어 터키 시장은 지정학적 중요성, 상대적으로 큰 내수시장,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 고성장세와 성장 잠재력 등의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밀접한 글로벌 가치사슬(GVC) 협력체제 구축이 용이하며, 동시에 중동 및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확대도 노려볼 수 있다. 또한 인근 GVC 협력 대상인 중동부 유럽 국가들보다 터키는 상대적으로 큰 내수시장과 성장 잠재력,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 등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터키 시장의 주요 장점 중 하나이다.
반면, 터키 시장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대외요인에 민감하고 거시경제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시리아 내전을 비롯한 중동 분쟁, 서방과 러시아와의 관계 등에 있어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항상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이는 터키 국내정치와 경제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에 가장 취약한 통화가 터키 리라화이므로, 대외부채 의존도가 과도한 터키의 거시경제 불안 요인에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의 대터키 교역 및 투자를 포함한 각종 비즈니스에서 리라화 환율의 불안정성은 가장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환헤지 등과 같은 대응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지난 2018년 8월 1일부로 한·터키 FTA 서비스투자협정이 발효되었다. 이로써 한·터키 FTA는 기본협정에서 지향했던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FTA를 완성했으며,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투자협정의 발효로 기존에 발효된 상품무역협정의 효과가 보완되는 것은 물론 우리의 터키 시장 투자 및 서비스 부문 진출 기회가 더욱 확대되고 다양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터키 인프라 사업과 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출이 유망하며, 터키 시장에 대한 한류 문화콘텐츠 공급도 시도해볼 필요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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