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위의 최첨단 신기루, 석유 아닌 상상을 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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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의 요정이 마법을 부린 걸까? 사막 한가운데 지상 최고층의 빌딩이 솟아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큰 인공 섬이 튀어나왔다. 세계 최대의 자연 화원, 거대한 실내 스키장,  아찔한 분수 쇼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것은 하룻밤의 신기루가 아니다.   

글_이명석 문화비평가 

 


 

아라비아 반도의 뾰족한 뿔 부근에 일곱 개 토후국의 연합인 아랍에미리트가 있다. 두바이는 그 중 최대의 도시로, 로마 시대부터 어부들과 뱃사람들이 오가던 항구였다. 바다의 실크로드를 잇는 꼭짓점이기도 했고, 19세기에는 진주 양식으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이후에는 혹독한 침체기를 겪었다. 이때 국왕 셰이크 라시드가 혁신적인 정신으로 두바이 산업화의 기초를 닦았다. 오래된 시가지 크리크를 가로지르는 알 막툼 다리를 건설했고, 항구의 준설 작업을 통해 대형 선박이 지나다니게 했다. 1960년대 중반 아랍에미리트의 석유개발이 본격화되자 대규모 항만 사업을 시작해 라시드 항과 자발알리 항을 건설했다. 알 막툼 다리를 건너 서쪽으로 오면 뾰족 탑이 인상적인 그랜드 모스크, 요새를 개조한 전통 건축 박물관 등을 만날 수 있다. 인근의 알 파히디 역사지구는 베두인 족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인데, 올해로 8회 째를 맞는 두바이 시카 아트 페어(Dubai SIKKA Art Fair)가 이곳에서 열린다. 아랍에미리트와 걸프 지역 젊은 예술가의 활동을 알리기 위한 행사로, 음악, 연극, 전시, 퍼포먼스 등이 무료 행사로 펼쳐진다.  
신시가지로 넘어오면 오늘날의 두바이를 상징하는 초고층빌딩들이 튀어나온다. 이 모든 것을 ‘석유의 힘’이라 여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두바이의 석유 생산량은 인근 지역에 비하자면 보잘 것 없었다. 그래서 라시드 국왕은 아들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젠가 너의 시대에는 이런 항구조차 지을 여력이 없는 날이 올 수 있다.” 그의 넷째 아들이자 현재의 국왕 모하메드가 그 우려를 잠재웠다. 그는 1995년 왕세자 시절부터 국가 건설의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미래의 두바이를 만드는 CEO 통치자가 되었다. 그의 주도 아래 높이 828m에 이르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아라비아 전통배의 돛대를 형상화한 초고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이 세워진다. 건물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여기에 파격적인 스포츠 문화 마케팅을 더했다. PGA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ATP 테니스 오픈 등을 유치하며 매스컴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팜 아일랜드의 워터파크 시설

스키장, 워터파크, 사막… 다채로운 매력 
두바이를 찾은 사람들이 더위를 이기려면 어디를 찾아가야 할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쏟아지는 쇼핑센터도 좋지만, 하얀 눈이 쏟아지는 스키장은 어떨까? 2005년 오픈한 실내 스키장 ‘스키 두바이’는 이곳이 사막의 나라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85m 높이의 인공 설산 아래로 400m에 이르는 슬로프가 이어진다. 얼음 동굴, 3D 극장 등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노우 파크도 있다. 이런 시설을 위해 하루 동안 만들어 뿌리는 눈의 양만 30t에 이른다.  
두바이는 기후대만이 아니라 위성지도까지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서북쪽의 바다에 있는 거대한 야자수 모양의 팜 아일랜드는 100개의 럭셔리 호텔, 프라이비트 비치, 워터파크 등으로 이루어진 인공 섬이다. 세계 지도 모양의 더 월드는 3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팜 쥬메이라는 리바 비치 클럽, 페어몬트 더 팜 등의 물놀이 시설로 인기가 높다. ‘세상 끝 아틀란티스로 가는 문’을 상상하며 만든 워터 슬라이드는 9층 높이에서 수직 낙하하며 상어, 가오리 등 수중 생물이 헤엄치는 수족관을 관통한다.  
거주민의 85%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코스모폴리탄의 색채를 뿜어내는 도시이지만, 자동차를 30분만 달려도 문명의 흔적을 찾기 힘든 사막이 펼쳐진다. 특유의 붉은 모래가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사륜구동차로 사막을 달리는 투어가 인기 높다. 모래 언덕을 곡예하며 달린 뒤에는 화려한 원형의 스커트를 입고 회전하는 타누라 댄스, 왕족들이 열광하는 낙타 레이스 등을 즐긴 뒤에 유목민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도 좋다. 거대한 벌룬을 타고 사막, 초고층빌딩, 인공 섬을 한꺼번에 내려다볼 수도 있다.  

 

로보캅과 드론 택시가 이끄는 미래 도시 

최근 <런닝맨> <뭉쳐야 뜬다> <꽃보다 할배> 등의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도 두바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특히 도시 외곽에 건설된 테마 파크들이 경쟁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세계를 테마로 한 모션 게이트, 아이들의 장난감 세계로 뛰어드는 레고랜드, <님과 함께> 서인영과 크라운 제이가 가상의 신혼여행을 갔던 볼리우드 파크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시원한 실내에서 즐기고 싶다면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인 IMG 월드 오브 어드벤처를 찾으면 된다. 역시 세계 최대 규모의 화원인 미라클 가든에는 꽃으로 만든 거대 항공기, 거꾸로 매달린 궁전 등이 신비한 동화 세계를 만들고 있다. 

2017년 개봉한 SF 영화 <스타트랙 비욘드>에서 엔터프라이즈호가 찾는 우주 정거장 요크 타운이 바로 이 도시다. 그동안 최고, 최대 등 스케일에만 집중하던 두바이는 이제 ‘최초’에 방점을 찍고 미래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도시가 되고자 한다. SF 영화 <로보캅>에 나오는 듯한 로봇 경찰과 무인순찰차, 드론 기술을 이용한 항공 택시, 초고속 튜브형 교통 수단 하이퍼루프, 안면인식 출입국 시스템 등이 조만간 현실이 될 것 같다. 2019년에는 미래 박물관이 개관할 예정이고, 가상의 화성 정착촌 역할을 할 실험 기지도 현실화되고 있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에 쏠리는 세계인의 시선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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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