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산호세 풍요로운 해변에서 나무늘보와 함께하는 순수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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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네 번째 항해 때 중앙아메리카 연안의 키리부리 섬에 정박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새와 동물들이 뛰놀고 있었고, 주민들의 장신구는 금빛으로 반짝였다. 콜럼버스는 말했다. “풍요로운 해변(Costa Rica)이구나!” 그 말은 다른 방향의 예언이 되었다. 사실 이 땅은 황금 같은 광물이 별로 없었고 노예로 쓸 원주민 숫자도 적었다. 그래서 스페인의 수탈과 도시화를 피했고, 덕분에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었다. 지금 코스타리카는 황금보다 훨씬 진귀한 생명체들이 뛰어노는 풍요의 땅이다.

글_이명석 문화비평가

 

 

코스타리카는 25%가 넘는 지역이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동쪽으로 카리브해, 서쪽으로 태평양, 그리고 남북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위치에 있어 생물 종도 다양하다. 세계 지표면적 0.1%에 생물 종 3.6%인 50만 종이 살아가고 있어, 단위면적당 생물자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남미 여행책 표지의 단골인 빨간눈 잎 개구리, 치키타 해안이 원산지인 재규어, 카푸친 원숭이, 나무늘보, 개미핥기, 금강앵무 그리고 각양각색의 나비들을 만날 수 있다. 저지대의 열대우림, 무성한 습지, 중부 고산지대, 네 개의 활화산 등 다양한 생태 환경은 여행자를 유혹한다. 지속기능형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거북이의 산란을 관찰한 뒤에, 농장 직영 식당에서 건강한 식사를 하고, 깨끗한 공기 속에서 요가를 배울 수 있다.

커피 애호가의 천국
“사람들은 죽어서 천국에 가고 싶어 하고, 커피 애호가는 코스타리카에 가고 싶어 한다.” 코스타리카는 1800년대 초반부터 정부 주도로 커피 농사를 지었는데, 특히 소규모 농장의 질 높고 개성 넘치는 원두로 명성이 높다. 코스타리카 커피의 대명사인 타라주를 비롯해 복합적인 맛이 조화를 이룬 웨스트 밸리, ‘코스타리카의 보르도’라 불리는 트레스 리오스 지역의 커피가 유명하다. 최근에는 남부 브룬카의 초소규모의 농장들이 관심을 끈다. 운이 좋으면 현지인으로부터 ‘카페 시또’라는 모임에 초대받을 수도 있는데, 초레아도르라 불리는 융 드립 계통의 전통 추출 기구로 커피를 내려준다.
수도 산호세는 여행객들이 오래 체류하는 도시는 아니다. 그래도 바리오 아몬의 고전 건축 지구를 돌아보면서 네오 클래식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 건물을 변신시킨 현대 미술 갤러리도 흥미롭고, 붉은색과 푸른색이 강조된 원색의 길거리 벽화도 시선을 모은다. 앵무새를 그리는 거리 화가, 인체 조각품이 된 거리 예술가들도 만날 수 있다. 바리오 에스칼란테는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나라의 국민 음식은 ‘가요 핀토(Gallo Pinto)’인데, 검은콩과 쌀에 양파나 향신료를 더해 만든 요리다. 아침에는 달걀, 토르티야, 사우어 크림 등과 함께 먹는다. 육류, 생선을 곡물과 섞어 만드는 카사도(Casado) 역시 인기가 높다. 유명한 디저트 트레 레체스(Tres Leches)는 세 종류의 유제품, 우유와 연유, 휘핑크림으로 만든다.

 

산호세 도심의 모습

 

태초의 자연,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곳
원색의 자연과 함께해서인지, 이곳 출신들은 시각 예술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산호세의 이탈리아 가문에서 태어난 프란시스코 아미게티(Francisco Amighetti)는 코스타리카 예술가 중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스타일을 코스타리카 시골의 삶과 결합한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닭싸움, 일하는 농부, 지역의 종교의식 등이 그가 다루어온 주제다. 최근에는 현대 예술가 프리실라 몬지(Priscilla Monge)가 주목받는다.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 등에서 전시를 열어왔는데, 푸른 비누로 만든 실물 크기의 성모 마리아상, 전동 드릴 위에서 돌아가는 작은 발레리나상 등의 독특한 조형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리버풀 비엔날레 때에는 동네 잔디 축구장을 울퉁불퉁한 동산처럼 바꾼 프로젝트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푸라 비다(Pura Vida)!” 코스타리카와 관련된 모든 곳에서 이 말을 들을 수 있다. 원래의 뜻은 ‘순수한 삶’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이 말을 쓴다. “반갑다”, “잘 지냈어?”,  “잘 가”, “나도 같은 생각이야!”라고 할 때, 그냥 “푸라 비다”라고 한다. 온갖 경우에 쓸 수 있지만, 부정적인 의미는 절대 담지 않는다. 이러한 낙관적인 태도는 이곳을 찾아온 외지인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많은 미국인이 은퇴 후에 코스타리카로 와서 ‘푸라 비다’의 삶을 즐기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순수한 삶은 자연환경 덕분만은 아니다. 이웃한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오랫동안 군부 독재에 시달려왔고 범죄율도 높지만, 이 나라는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949년 군대를 없앤 이후 영세 중립국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있고, 1961년부터 무상의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점도 이 나라 사람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고 있다. 2010년엔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2018년엔 여성 14명과 남성 11명으로 구성된 내각을 이룰 만큼 양성평등의 면에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5월, 38세로 중남미 최연소 정부 수반이 된 카를로스 알바라도는 취임식에 수소연료 버스를 타고 나타났다. 그리고 말했다. “코스타리카는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종식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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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