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교차로

  • 페이스북 바로가기(새창열림)
  • 트위터 바로가기(새창열림)
  • 구글 바로가기(새창열림)

태고의 날, 어느 여신이 인도양에서 태평양으로 날아가다 거센 태풍을 만났다. 목걸이의 끈이 풀리면서 1만 8,000개의 진주가 떨어졌고, 그 각각에서 섬들이 태어났다.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 그 중 한 진주가 갑자기 자라났다.  

 

글_이명석 문화비평가

 


 

 

인도네시아는 거대한 바다의 교차로다.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어부, 도망자, 탐험가, 해적들이 오가며 저마다의 역사를 썼다. 영화 <킹콩>(1976년)에서 그려졌듯이 문명과 떨어진 원시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도 많다. 

인도네시아는 원대한 문명의 교차로다. 인도, 중국, 이슬람, 서구 문명이 이곳에서 마구 뒤섞였다.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지인 보로부두르 사원을 건설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인구의 80%가 무슬림이다. 그래서 술을 멀리 하지만 세속의 문화는 의외로 자유롭다. 오랫동안 여러 나라의 식민지 생활을 겪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다문화의 감수성을 키워내기도 했다. 

 

 

 

 

달콤한 풍미의 자바 커피 향

자카르타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시가지는 항구 지역인 코타다. 네덜란드인은 이 도시를 제2의 암스테르담으로 만들기 위해 운하를 짓고 여러 건물들을 세웠다. 지금은 오래된 유럽풍의 건물들 주변으로 짐꾼, 상인, 자전거를 탄 연인들이 시끌벅적한 생활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의 옛 지명을 딴 ‘바타비아’ 카페는 20세기 초반 인도네시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하는 장소다. 사진 액자가 가득한 독특한 인테리어의 화장실에서 속을 비운 뒤에 한잔의 ‘자바’를 시켜보자. 

“아이 러브 커피, 아이 러브 티, 아이 러브 자바…” 아카펠라 음악으로 유명한 ‘자바 자이브’의 ‘자바(Java)’는 자카르타가 자리잡은 큰 섬의 이름이며 ‘커피’를 달리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자바’의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커피 산지이고 그 대표가 자바 커피인데, 묵직한 바디에 감칠맛과 초콜릿 맛이 뒤섞인 풍미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자바 커피는 예멘의 모카(Mocha)와 섞은 ‘모카 자바’ 블렌딩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는 철자가 다르지만 그만큼 유명한 ‘모카(Mocca)’가 있다. 이들은 1997년 결성된 4인조 밴드인데 보사노바, 스윙 등의 복고풍 음악을 도회적인 팝으로 변신시켜 인기를 모았다. 노래 가사를 영어로 쓴 데뷔 앨범 <마이 다이어리(My Diary)>는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아이 리멤버’, ‘더 베스트 싱’, ‘해피’ 등이 광고와 영화 음악으로 인기를 모았다. 모카는 2009년 서울 단독 콘서트 이후 꾸준히 내한하여 연주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2017 아시아송 페스티벌’에서는 모카와 더불어 솔로 가수 쉐이(SHAE)가 등장해, 인도네시아 팝 시장의 세대 교체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카르타의 떠오르는 신예 R&B 뮤지션 니키가 세계 무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자카르타 중앙의 메르데카 광장(독립 광장)은 1945년 8월 17일의 독립을 기념하는 장소이다. 한국의 광복절과 비슷한 역사적 경험인지라, 우리에게 상당한 공감을 자아낸다. 132m 높이의 독립 기념탑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초대형 광장에는 국가 독립 기념관, 독립 영웅 동상 등이 자리하고 있어 항상 많은 사람이 찾아든다. 대통령 관저, 이스티클랄 이슬람 사원, 입구에 코끼리 동상이 서 있는 국립 박물관과도 이어져 있다.  

 

전래 및 현대 문화가 뒤엉킨 개성적 매력

인도네시아는 자바, 수마트라, 칼리만탄, 슬라웨시 등 1만 8,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6,000여 개의 섬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당연히 수많은 종족들이 제각각의 환경에서 개성적인 언어, 문화, 풍습을 이어왔다. 1975년에 문을 연 자카르타의 따만 미니(Taman mini)는 그 다채로운 인도네시아를 거대한 공원에 축소시켜 놓은 곳이다. 바다를 상징하는 큰 호수를 가운데 두고, 그 주변에 여러 섬에 살고 있는 부족들의 주거지를 재현해 놓았다. 크기, 재질, 내부 양식 등을 가능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두고 있어, 인도네시아 전체를 여행하는 것 같은 체험을 전해 준다.  

 


 

이런 전래의 문화들과 더불어 1970년대 이후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발전해온 현대적인 대중문화가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일본의 침략과 점령을 받았지만 동시에 일본의 전후 원조 사업의 최대 수혜국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다. 대중가요에서는 일본 아이돌 그룹인 AKB48의 자매 그룹인 JKT48이 2011년부터 왕성히 활동하고 있고, 문학에서는 일본 이름 같은 필명으로 일본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 장르를 형성할 정도다. 허나 최근에는 한국 아이돌과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한류 팬덤도 강해지고 있다. 한국형 웹툰과 이를 바탕으로 한 메신저 이모티콘도 6,000만 명 이상의 스마트폰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치즈 인 더 트랩> 등 한국 작가의 로맨스 만화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지 작가들의 도전도 뜨겁다.  

2018년 8월에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이 개최될 예정이다. 파푸아 섬의 새, 코뿔소, 그리고 자바의 사슴을 모델로 한 캐릭터들이 아시아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손님들이 빠뜨리지 않아야 할 코스가 있다. 바로 뉴스채널 CNN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요리다. 이 영광스러운 순위의 최상층을 인도네시아 요리들이 차지하고 있다. 1위는 소고기와 코코넛밀크를 여러 향신료와 함께 끓인 렌당, 2위는 닭고기, 새우 등의 재료를 밥과 섞어 특유의 소스로 볶은 나시고렝이다. 그밖에 현지에서 잘나가는 맛집을 찾으려면 인도네시아 1위 음식 정보 사이트인 한국계 기업 큐브레이드(Qraved)를 이용하면 된다. 인도네시아의 별명이 ‘거대한 두리안’이라는 말은, 그 향취 때문에 쉽게 다가서기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문턱을 넘어서면 온갖 향신료와 같은 매력을 만끽하게 해준다. 

라이프 top5
시안02.jpg

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