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달을 이해하게 된 30년 전 오늘 반도(半島) 대한민국 물을 수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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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상은 갖가지 고초를 겪어내고 무역 1조 달러의 기염을 토했다. 다음은 우리 통상사(史)의 산전수전 중 진짜 수전(水戰)에 대한 이야기다.

글_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북한 나진항을 통해 운송된 백두산 생수의 하역 작업

 

우리나라는 동서와 남, 총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다. 게다가 서울과 평양에는 ‘젖줄’로 부르는 한강과 대동강이 각각 흐르고 있다. 사실 여부에 대한 논란에도 지금은 물 부족 국가라는 평가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추세나, 태생적으로 물의 희소성을 인식하기 어려운 지리학적 위치다.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을 이해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물은 사유의 대상이 아니기에 ‘물을 돈을 주고 산다’라는 개념은 타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1988, 손에 손잡고 생수를 팔다
서울에 최초로 수돗물이 공급된 것은 1908년 순종 황제 때로, 당시 대한제국에서 처음으로 전기사업을 시작했던 미국인 콜브란(Collbran)과 보스트윅(Bostwick)에 의해서다. 거사의 거점으로는 한강 물을 유입하기 쉽고, 수돗물 보급용 증기터빈을 돌릴 땔감이 풍부했던 뚝섬이 낙점됐다. 현재 서울 유형문화재 72호 뚝섬수원지다.
수돗물 인프라는 갖춰나갔지만, 수질까지 보장된 것은 아니었으므로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수돗물 위생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되었다. 서울에 수돗물이 최초로 보급되기 시작한 지 정확히 80년 뒤의 일이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그들을 보기 위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돗물 위생에 대한 우려로 우리 정부는 생수 판매를 위한 법률을 일시 제정했고, 외국인에 한해서 생수(공식 명칭은 ‘먹는 샘물’) 판매를 허용했다. 현대판 김선달의 등장이다. 그러나 올림픽 폐막과 함께 생수 판매와 관련 법률이 사라졌는데, 생수 판매를 지속할 시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 내 위화감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 까닭이었다. 물론 향후 수돗물 위생관리에 대한 약속이 뒤따랐다. 
근거법 부재로 졸지에 범법자로 전락한 생수 판매업체들이 연합하여 헌법소원을 통해 국가에 소송을 걸었고, 1994년 3월 “생수 판매금지는 국민의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행복추구권에 반한다”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생수의 국내 시판이 공식 허용되었다. 이어 1995년 1월 5일 자로 ‘먹는 물 관리법’이 제정되었다.

 


국내 수입되는 해외 생수 브랜드는 다양해졌으나 아직까지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물의 전쟁
1995년 법 도입으로 국내 생수 시장은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같은 법 제정 4일 전 출범한 WTO에 발목을 잡혔다. 국내 ‘먹는 물 관리법’과 ‘먹는 샘물의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에 대해 캐나다가 우리나라를 제소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 협의 요청이 접수됐으니, WTO 출범 불과 10개월여 만의 일이다. 당시 캐나다가 문제 삼은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 생수 생산 과정 관련 오존처리 규정과 둘째, 생수의 유통기한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같은 고시의 제3조와 제8조에 각각 근거해 침전, 여과, 폭기, 자외선을 이용한 광학적 살균 등 생수 생산에서 최소한의 물리적 처리만을 허용했고, 유통기한도 생산일로부터 6개월까지로 제한했다. 그러나 캐나다의 주장대로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위생에도 문제가 없는 오존처리를 물리적 처리가 아닌 화학처리로 규정해 생수 수입을 봉쇄하고, 대부분 2년을 제조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유통기한도 반년으로 짧게 규제하는 것은 WTO TBT(무역상 기술장벽협정) 위반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결국, 우리나라는 관련 국내 규정을 WTO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개정해 나갈 것을 전제로 캐나다와 1996년 4월 양자 합의에 성공해 분쟁을 조기 종료했다.

FTA로 물 부족 막고 경쟁력 확보
이처럼 국내 생수 시장은 국내외 가릴 것 없는 홍역을 치른 뒤 현재 7000억 원 이상 규모로 확대됐다. 우리가 생수를 수입해오는 주요 국가 미국과 EU의 경우는 이미 관세가 철폐되었고, 이어 한·중 FTA로 중국산 생수도 내년 1월 1일부터 무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국내 생수 산업도 이에 맞춘 경쟁력 확보에 힘을 써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水導權)을 수호할 수 있다.

 

각주
① 현재는 경기 연천, 포천, 충남 아산, 괴산, 세종, 강원 철원, 평창 등 전국에 브랜드별 수원지가 확산 중이다.
② 앞서 1972년 보건사회부 승인으로 다이아몬드샘물(주)가 보존 음료수 제조업 허가를 받고 1976년부터 주한미군과
극동 미군기지에 생수를 공급했던 바 있다.
③ DS20:Korea ­ Measures concerning Bottled Water
④ HSK 2201.10-0000 (광천수와 탄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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