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의 흐름과 CEPA 2.0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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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인도 CEPA가 9년 차를 맞았다. 그동안 교역액은 증가했으나 무역 불균형의 심화로 인도의 불만이 커지면서 CEPA 개정협상은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 안에 한·인도 CEPA 개정협상이 종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양국 간 경제 교류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글_임성식 KOTRA 뉴델리 CEPA해외활용지원센터 과장

 


인도 뉴델리 전경 

 

지난 5월 14일. 인도의 중심 뉴델리와 잇닿은 경제거점 구르가온에서 ‘한·인도 CEPA해외활용지원센터 개소식’이 개최되었다.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은 인도인들이 이 행사에는 아침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정시에 양국 산업상공부의 내빈의 환영사로 행사가 시작되었을 때 예상보다 많은 220명의 한·인도 기업 관계자가 행사장을 메우고 있었다. 느릿한 인도인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양국 간 교류와 정보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뜬다 뜬다’ 30년째, 인도시장 과연 뜰 것인가? 

2016년 IMF는 인도가 10년간 고속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당시 침체되어 있던 세계경제의 빛이라 표현한 바 있다. ‘세계 제2의 인구대국’ ‘미래 G3국가’ 등도 인도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한국의 인도관련 서적도 문화와 역사 위주에서 경제와 사회 분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2016년 중국과의 사드 갈등 이후로는 인터넷 상에서 인도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투자유망지로 부상하는 인도(2002, 매일경제)’ ‘중견중소기업, 인도시장 진출 지금이 적기(2006, 이데일리)’. 나란히 붙여놓아도 어색하지 않은 인도경제에 대한 장밋빛 표어들은 이미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사용되었던 말들이다. 아울러, 인도는 한국에 대해 2017년말 기준 29건의 수입규제 조치를 실시하고 무선통신기기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인도가 한국과의 교역확대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인도시장에 부침이 잦은 것은 사실이다. 장밋빛 기대가 세계금융위기, 유럽경제위기 등과 함께 무너져 내린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할지 말지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인도 그 자체를 보려는 시각이 또한 필요하다.  

 


 

 

개방, 사반세기 동안 인도가 걸어온 길 

1947년 독립 이후 사망 시까지 인도를 이끌었던 자와하를랄 네루 수상은 당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던 소련을 위시한 공산권 국가의 경제발전을 눈여겨봤다. 그는 구소련의 고스플랑과 같은 계획위원회를 만들고 5년마다 경제발전계획을 수립, 국가의 통제에 따라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을 취했다. 폐쇄적 경제체제의 대가는 수 십 년간 4%대 혹은 그 아래에 머문 더딘 경제성장이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거세게 몰아붙여 세계 글로벌 밸류체인에 성공적으로 편입될 때 인도는 그러하지 못했다. 

세계은행은 2017년 리포트를 통해 2030년 세계 노동인구의 25%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남아 지역의 거대한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교역액에서 아직은 서남아 지역이 세계경제로의 통합정도가 미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도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00~2004년 0.814%를 기록한 뒤 2010~2014년 1.463%로 상승했으나, 2016년 기준 세계 GDP대비 인도의 GDP 비중이 3%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세계경제로의 통합 수준은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인도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가혹한 평가이다. 사실 인도는 지속적인 개방노력을 해왔다. 그 계기는 1991년의 외환위기였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맘모한 씽은 역사적인 1991~1992 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안을 통해 18개 산업분야을 제외한 산업허가제의 폐기, 기업규제 완화, 공기업의 역할 감소,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를 천명하였다. 이는 초대 네루 수상으로부터의 인도의 사회주의적 경제정책, 곧 네루비안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무역에 대해서도 1992년 4월 수출입 촉진을 위한 대외무역정책(Foreign Trade Policy)의 선조격인 ‘Exim Policy’를 발표하고 수입 라이선스의 부과 등의 내용을 폐지, 수출입 자유화를 위한 첫 발걸음을 떼게 된다. 그리고 인도정부는 2000년대 ‘Look East Policy(현재의 ‘Act East Policy’)’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그 결과물로 2010년과 2011년 각각 한국, 일본과 CEPA를 체결하고 아세안에도 손을 뻗는다. 1991년 이래 2018년까지 사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인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스스로를 변화시켜왔다. 비록 더디지만 변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달리기 시작하는 코끼리는 멈추기 어렵다

인도 총리, 재무장관 등을 역임했던 맘모한 씽은 인도 경제를 코끼리에 비유한 바 있다. 첫 걸음은 느리지만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려 나간다는 것이다. 인도가 뜰 것이냐 뜨지 않을 것이냐를 묻기보다는 점차 달리기 시작하는 인도를 깊은 호흡으로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인도 간 교역이 각종 수입규제 때문에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본다. 인도는 세계와의 교역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고 그 중요한 파트너 중의 하나가 한국이다. 인도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이는 한국기업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수가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코끼리는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인도의 경제성장과 한·인도 양국 간 교류가 그러할 것이라 예측한다. 

 

 

처음엔 느리지만 속도를 붙이기 시작하면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코끼리는 인도 경제에 비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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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