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유무역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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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 통상정책은 줄곧 ‘보호무역’이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해 온 미국의 ‘새로운’ 기치라는 반응이다. 그런데 과연 언제부터 미국이 자유무역 국가였나. 사실 보호무역 국가 미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글_박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략센터 선임연구원

 

 미국 뉴욕에 위치한 증권 거래소(NYSE)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무역적자 심화, 제조업 기반의 붕괴,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배경에서 탄생했다.1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First), 신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 기치를 표방해 무역상대국을 압박하고 이를 통해 트럼피즘(Trumpism)이 확산하는 것은 이해 못 할 것이 전혀 아니다. 문제는 각국이 이런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전례 없는 것으로 인식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절치부심한다는 데 있다.  

국제 민간무역 연구기관인 GTA(Global Trade Alert)가 2016년 8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G20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보호무역 조치를 한 나라(2008년 11월 제1차 G20 정상회의 이후 기준)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인도, 러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2~5위로 압도적으로 제치고 얻어낸 1등 자리다.2 심지어 2016년은 트럼프 행정부 때도 아니었다. 한국과의 FTA를 발효시키고 TPP를 서명하기까지 한 오바마 대통령 때다. 도대체 누가 미국을 자유무역 국가라고 했나.

 

보호무역의 법제화 : 스무트-홀리~스페셜 301조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발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의 원인도 미국이라는 것에 큰 이견이 없다. 1929년 미국의 주가 대폭락과 더불어 1930년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영향이 컸던 탓이다.3 당시 상·하원 모두의 지지로 통과된 해당 법안으로 미국은 최고 400%라는 믿기 힘든 관세율(수입품 전체 평균 59%)을 책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다른 국가들도 보호무역정책을 택하게 되는 동기가 되어 1929년부터 34년까지 불과 5년 동안 전 세계 교역량이 무려 66%나 축소, 대공황이 찾아왔다.   

미국의 통상법 301조도 공정한 무역을 내세운 미국의 대표적인 보호무역 법안이다. 1974년 미국 통상법에서 등장한 해당 조항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미국의 보복조치를 정당화하며, 이후 1988년 종합무역법을 통해 슈퍼 301조, 스페셜 301까지 추가돼 미국의 정책 범위가 넓어지고 권한도 강해졌다.

 

 

뉴욕의 금융 밀집 구역이자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가 월 스트리트

 

미국우선주의 : 자동차·반도체

미국은 자국의 주요 산업으로 판단한 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부터 경쟁국가를 압박했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 후 미국 자동차 산업은 수입차와의 경쟁실패 등이 더해져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 이른바 빅3(포드, GM, 크라이슬러)로 알려진 미국의 자동차부심에 금이 간 것. 특히 일본산 자동차의 수입 급증에 불만을 가진 미국은 1980~90년대 초 일본과 두 차례 양자협상을 갖는다. 협상이라지만 사실상 미국의 일본차 수입 제한 입법 시도(1981년), 301조 및 슈퍼 301조 조사(1990년대 초중반) 등 일방적인 통상압박에 일본이 항복한 것이었다. 결국 일본은 인위적인 자율수출제한 및 자율수입확대조치를 취해야 했다. 1980년대 중반 미국의 301조 조사, 덤핑제소, 직권조사로 큰 타격을 입은 후 쇠퇴의 길을 걷고 몰락한 일본 반도체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중후반 미국의 통상압박으로 자동차 내수시장을 크게 개방하고 관련된 국내제도를 개정해야 했다. 지금도 301조라는 이름만 들으면 식은땀이 나는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자?

반덤핑 및 상계관세와 관련한 개정 통고는 오바마 대통령 정권 말기에 가장 많았다. 2기 오바마 행정부(2013~2016년) 때는 무려 14건의 통보가 이뤄졌다.4 특히 2015년 6월 29일 서명된 무역특혜확대법은 미국의 무역구제조치에 전적으로 유리한 특정시장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 PMS)과 불리한 가용정보(Adverse Facts Available, AFA) 재량을 크게 확대시켰다. 이로 인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교역상대국들이 지금도 애를 먹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로잉이나 표적덤핑과 같은 미국의 고유관행 역시 여전히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이 문제일지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는 단순한 행위자에 불과할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많은 논란을 야기한 제232조 국가안보예외를 통한 철강관세 부과 역시 1962년 무역확장법에서 유래한다. GATT 및 WTO 설립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미국이 자유무역국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부터, 301조, 자국 산업 수호를 위한 통상압박과 정권을 가리지 않는 보호무역정책 입법화 등을 되돌아보면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사이 미국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미국을 무조건적인 자유무역국가로 보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더욱이 미국이 국제통상체제에서 갖고 있는 위상으로 미루어볼 때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는 다른 국가들의 동일한 조치를 유발하는 도미노 효과를 가져오고, 여러 나라의 보호무역조치가 섞여 국제무역과 나아가 국제경제 자체를 위축시키는 칵테일 효과까지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각주

 1, 2   이효영,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다자무역체제의 위기」, 2017년 국제공정무역학회 하계학술대회 발표자료.

 3       박소연, 「1929년 대공황과 스무트 홀리 : 우리의 시각」, 한국투자증권.

 4       공수진, 「미국 반덤핑 및 상계관세법의 변화」, 2017년 국제공정무역학회 하계학술대회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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