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씨앗 하나, 황금보다 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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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고추를 먹으며 역시 신토불이 우리 것이 최고야라고 생각했다면 아쉽게도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 청양고추 종자의 국적은 대한민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자에도 국적을 묻는 요즘, 대한민국 출신 종자에는 무엇이 있을까?

_ 박상희(고려대학교 지리교육과, 경영학과)

 

 

 

앞서 말한 청양고추는 엄밀히 말하자면 독일 소속이다. 거대 농업 기업 몬산토가 1998년 청양고추를 개발한 기업 중앙종묘를 인수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매년 청양고추를 재배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로열티를 몬산토에게 지불하고 있다. 청양고추가 우리 것이 아니라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종자 로열티의 가격대도 놀랍다. 우리나라는 한 해 평균 150억원을 종자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농업의 반도체라는 수식어가 이해가는 액수이다.
 
일당백 우리 종자 라온 파프리카
잘 개발한 우리 종자로미니 파프리카가 있다. 국산 종자 개발 전까지는 상당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수입 종자를 사와야만 했다. 보통 비싼 것을 비유적으로 금에 빗대곤 하는데, 미니 파프리카 종자 가격은 금의 3배를 훨씬 웃돌았다. 1헥타르 재배 시 종자 비용만 4000만원이 들고, 심지어 계약 재배여서 마음대로 재배할 수 없었다. 이러한 불리함을 타개하고 경쟁력을 얻고자, 경상남도농업기술원과 정부의 GSP(Golden Seed Project)가 연구에 착수해 국산 미니파프리카 종자인라온 파프리카를 개발했다. 핵심적인 것은 수입산에 비해 가격을 25% 이상 낮췄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 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수입만 하던 미니 파프리카가 수출 품목으로 전환되면서, 지난 해 신선 농산물 수출 2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업계 1위 거머쥔 접목 선인장
또 자랑할 만한 우리 종자가 있다. 바로 접목 선인장이다. 접목 선인장은 화려한 색이 가미되어서, 기르기 좋지만 밋밋한 선인장과, 화려하지만 금방 시드는 꽃작물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접목 선인장은 일본에서 시작된 인공 종으로, 70년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선인장 종자계의 마이너였다. 하지만 끊임없는 종자 개량을 통해 놀랍게도 지금은 세계 유통량의 70% 이상을 국산 품종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에만 420만 달러를 수출한 효자 품목이다. 또 지난 번 네덜란드 세계 화훼 박람회에서 종묘업체와 국산 신품종의 로열티 계약을 성사시켰다. 다른 꽃 작물들은 수입산이 인기가 많은 경우가 다수인데, 접목 선인장은 오히려 화훼최대강국으로 수출을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가시가 없는 아스트로피눔 품종스노우볼을 개발했다.
 
돌파구는 종자 개량이다.
미니 파프리카와 접목 선인장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침체되어 있는 해당 산업을 살릴 수 있는 돌파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물이라는 것이다. 파프리카 농가는 기존 파프리카가 재배면적이 늘어 가격이 하락하고, 미니 파프리카는 종자가 너무 비싸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화훼 농가들도 수출에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부정 청탁 방지법 등으로 꽃 소비가 줄어 산업이 침체되어 있다. 하지만 라온파프리카를 통해 수출판로를 마련했고, 화훼 농가도 오히려 화훼 최대강국에 종자를 수출하며 우리 화훼 산업의 재기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산 종자의 미래
종자 개량이 수출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우리 농산업은 거대 기업농의 비중이 낮아 농산물이 세계시장 가격경쟁력을 가지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규모 키우기가 아니어도 매력있는 우리 종자 개발에 성공한다면 로열티 비용이 줄어드므로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또는 중국으로 인기리에 수출 중인 황금넙치의 사례처럼 독보적인 우리 종자를 개발하는 것도 시장 개척의 방법이다. 이처럼 경쟁력을 가지기 힘든 농수산식품 사업에서 종자개량은 가장 효과적인 성장 경로이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산 종자가 세계에서 더욱 인정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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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